엔딩은 있는가요 - 정아은 추모소설집 marmmo fiction
장강명 외 지음 / 마름모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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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고 자기 사고를 발전시키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집단의 분위기에 자기가 해야 할 판단을 맡기지 않는 사람, 사실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세상을 이해하고 자기 사고를 발전시키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집단의 분위기에 자기가 해야 할 판단을 맡기지 않는 사람, 사실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을 알게 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아주 오래전 사람이라면 덜 그리겠지만 불과 얼마 안 된 이를 알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 책을 읽을수록 점점이 와닿는다.


'이 분은 어떤 분이었길래 이렇게 많은 분들의 마음속에서 살고 계신 걸까..'


정아은 작가님 작품 하나도 못 읽어본 나는 그녀를 기리는 작가님들의 글 속에서 그녀를 찾는다.

많은 분들에게 무언가를 주고 가신 분이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그녀의 부재에서 느껴지는 그 틈새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나서야 그동안 감지하지 못했던 느낌들을 오롯이 마주하는 감정들이 글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 책은 정아은 작가님의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동료 작가님들이 쓴 추모 소설집이다.

글 한 편, 작가의 말 한 편.

나는 이 글들로 정아은 작가님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책이 도착한 날 첫눈이 내렸다.

함박눈으로 내린 첫눈이 정아은 작가님이  '나 여기 있다'고 말해주는 거 같아서 책을 받아들고 반가우면서도 먹먹했다.

이 작가님은 왜 자꾸 나에게 아련함을 주시는 걸까..


사실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에서 정아은 작가님의 이름과 사고 소식을 처음 들었다.

모르는 분이었길래 다른 때 같았으면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넘어갔을 텐데 자꾸 마음에 걸렸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읽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 그 느낌의 답을 구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답은 구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마음만 곱이 되었다.







대부분의 기억에서 떠오르는 정아은 작가의 본질은 들음 혹은 듣는 것이었다.


마주한 사람을 듣고 이해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그분은 매번 다짐해도 듣기 보다 말하기 좋아하고, 이해하기 보다 오해하기 십상인 인간관계에서 듣고 이해하려고 했던 분이었다.


<특약 사항>에서 거실 속 커다란 사진으로 남아 있는 전두환. 그 흔적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고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남아있다. 그래서 더 소름 끼쳤다. 내가 그 아파트 거실에 남아 있는 거 같아서.

광주학살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최유안 작가는 아은 작가의 글에서 깨달은 것으로 <모두의 진심>에서 자신의 언어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첫 관문을 통과한 거 같다. 

만약 그분이 살아 계셨다면 "윤석렬의 내란의 밤"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전부 이 황망한 소식에 간을 빼고 온 토끼처럼 제 모습들을 내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봄의 조문>으로 늦었지만 나는 그분의 장례식을 다녀왔다.

현실에 두 아들을 두고 가신 그분 품에 온전히 안겨있는 작은 소년들의 모습이 찡하면서도 다행이다 싶다.

평소에도 소설 속 아이들을 품어주고 싶어 했던 그분의 따뜻한 마음이 그 아이들을 품고 가셨으니 그 길이 외롭지 않았을 거라 위안이 된다. 

소설 속 아이들을 품고 나비가 되었을 작가님을 그려본다..


우리는 알지도 못한 채 좋은 작가님을 잃었다.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말하기보다는 듣고자 했고,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들을 놓치지 않고 써 내려갔던 분이었다.

그분의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

글 속에서 만나는 작가님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거 같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제대로 들려줄 작가님의 글을 만날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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