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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은 어쩌다
아밀(김지현)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평점 :

부당하다. 너무나 부당한 일이다.
소설을 읽는 건 또 다른 세상을 엿보는 일이다.
내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
내가 가보지 못한 세상
내가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상황
내가 만나보지 못한 사람
내가 알지 못했던 일들을 간접적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그 일에서 나는 간접 경험을 통해 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어쩌면 나는 내 안에 숨어 있는 다양한 나의 조각들을 소설로 인해 체험하는 건지도 모른다.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아밀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렇게 다 색달랐다.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조차도 여자를 사랑할 줄 모르는 세상.
그래서 섹스 로봇으로 연습을 해야 한다.
남자들이 섹스 로봇으로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과는 다르다.
여기서 또 배운다.
상대를 사랑하는 방법은, 상대를 대하는 방법은 누군가 본보기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 본보기가 없는 사람은 세팅된 로봇에게서라도 배워야 한다.
그것조차 하지 않으면서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사람들에게 사랑도 학습이 필요하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유전자 편집으로 원하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시대.
어떤 아이가 될까?를 궁금해하기도 귀찮은 인류는 확실하게 자기 뜻대로 키우고 싶은 아이를 원한다.
유전자 조작으로 아이돌급 아이를 갖거나, 완벽한 운동선수를 갖거나 대통령감의 아이를 갖게 되었다.
그렇게 모든 걸 할 수 있는 세상임에도 아이가 온전히 자신의 부모에게 전달(?) 될까?
엄마의 자기 연민.
그건 그냥 엄마의 성격이었다. 먼저 떠나보낸 자식을 앞에 두고 자신의 아픔을 강조하는 엄마의 성격.
엄마라고 다 엄마 노릇을 하는 건 아니지..
엄마는 왜 천국에 오려고 했을까?
멜론이란 이름으로 잘 살고 있는 아이에게 정말 미안해서?
사후에 가족들과 만나 서로 간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나는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될까?
<멜론은 어쩌다>
읽는 내내 다른 세상을 마음에 담았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세상.
나는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세상.
그러나 나는 아는 게 없었다.
이 세상에서 <멜론은 어쩌다>의 세상에 버려진 사람들의 삶이 퍽퍽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하는 척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눈빛.
그 눈빛을 온전히 맞으며 나아가는 그들의 삶이 거침없이 그려진다.
그래서 그 안에서 나는 내가 몰랐던 감정을 느껴보고, 내가 이해했다고 착각했던 사실을 들여다본다.
아밀이란 작가는 <로드 킬>로 만났을 때도 나를 참 다양한 감정으로 이끌더니
<멜론은 어쩌다>로는 더 깊어지고, 더 진지해진 이야기로 나를 생각하게 만든다.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끄집어내는 <멜론은 어쩌다>
상상의 세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현실에 머물렀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