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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에다마처럼 모시는 것 ㅣ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평점 :

대체 범인은 어떻게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피해자를 살해했는가?
겐야의 눈앞에 출현한 것은 또다시 열린 밀실의 수수께끼였다.
도조 겐야는 사건을 몰고 다니는 재주가 있는 거 같다.
그가 가는 곳마다 사건을 불러오는 걸까, 아니면 사건이 있는 곳에 그가 초대되는 걸까?
<하에다마처럼 모시는 것>은 도조 겐야 시리즈의 일곱 번째 이야기다.
시작은 도쿠유촌이라는 마을에 전해오는 네 가지 괴담으로 시작한다.
모두 하에다마님과 연관된 괴담들이다.
최근까지 그곳에서 괴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민속학자지만 탐정으로 더 잘 알려진 도조 겐야.
그는 두 명의 편집자와 함께 고라 지방의 바닷가 마을의 괴담을 찾아간다.
후배이자 고라 지방 출신인 편집자 '히데쓰구'의 안내로 찾아간 그곳에서 겐야는 괴담을 빙자한 살인사건을 접한다.

대숲 신사의 열린 공간에서 일어난 괴상한 아사.
망루의 시선으로 인한 밀실에서 일어난 수수께끼의 실종.
다루미 동굴의 모래땅 경내에서 일어난 발자국 없는 살인.
큰 헛간에서 일어난 위장 자살로밖에 보이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액사.
네 번의 살인사건은 완벽한 밀실 살인이었다.
범인의 흔적이 전혀 없는 이 사건을 겐야는 어떻게 풀어낼까?
미쓰다 신조의 매운맛 공포를 기대했다면 많이 아쉬울 것이다.
이것은 섬 지방에 내려오는 괴담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난이 합해진 이야기다.
올 초에 읽은 <파선:뱃님 오시는 날>이 떠올랐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기 직전인 섬사람들이 원하는 건 파선.
난파된 배가 오는 것이다.
고라 마을에서도 난파된 배가 오면 시신을 거둬 다루미 동굴에 안치했다.
겉으로 봐서 그들의 행동은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굶주린 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겐야의 추리가 계속될수록 끔찍한 이야기와 마주하게 된다.
하에다마님을 모시는 축제는 무엇이었을까?
알고 나면 속이 메슥거린다.
알게 모르게 사라진 수많은 목숨들..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한 음모들...
자신들의 비밀이 밝혀질까 두려워 나랏일도 못하게 막으려는 사람들의 행동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섬에서도 그런 일들이 있었을까?
굶주림은 사람을 어디까지 가게 할까?
슬프면서도 두려운 이야기였다.
도조 겐야 시리즈는 처음 읽었는데 생각보다 덜 무서웠지만
그게 현실이라면 무서움을 떠나 공포스럽다.
극한의 사람들이 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해도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래서 그렇게 기를 쓰고 자신들을 터전을 지키려 했군..
그렇다고는 해도 하룻밤 사이에 마을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진실을 밝힐 수 없었던 겐야의 마음.
이렇게 묻힌 진실들은 어디에서 숨 쉬고 있을까?
미쓰다 신조는 은근한 공포를 즐기는 작가 같다.
그가 뿌리는 공포의 안개비는 당장은 아무 느낌이 없어도 시간이 지나서야 옷이 젖어가는 걸 깨닫게 되는 것처럼
읽고 나서 한참 후에 문득 생각나서 오싹하게 만드는 기개가 있다.
빽빽한 대나무 미로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굶어 죽어야 했던 사람을 생각하게 될 때
절벽 위에 세워진 아찔한 망루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떠오를 때
망자들의 원혼으로 가득한 동굴 속에서의 죽음이 떠오를 때
이 모두가 바다와 연관되어 어느 섬이나 바닷가 근처에 있을 때 알 수 없는 오싹한 공포를 느끼게 될 거 같다.
읽을 땐 모르지만
읽고 나서 문득 느끼는 공포들이 살아있는 이야기를 잘 쓰는 미쓰다 신조의 약한 맛 공포.
아마도 섬과 관련된 장소에 가거나 섬을 방문하게 될 때면 그곳 사람들의 비밀이 궁금해질 거 같다.
오래도록 그곳에서만 전해지는 이야기엔 거짓처럼 느껴지는 진실이 담겼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