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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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그동안은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균열이라는 는게 그렇잖아요. 잘 밀봉해왔다고 믿었지만 한번 틈이 생기면, 사실은 그 전에도 괜찮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죠."


7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김초엽 소설집.

그중에 나는 제목으로 쓰인 <양면의 조개껍데기>를 읽으며 내 안에 고여있던 멈춘 숨을 쉬게 되었다.

셀븐인이라는 생소한 이름이 무엇일지 궁금했다가 다중자아를 가진 외계인이라는 걸 알고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지구인이자 한국인으로서 맘껏 얘기할 수 없는 정체성을 외계인으로 풀어내며 전혀 아무렇지 않게 인식하게 만드는 그 방법이 좋았다.


내 안에 나 있다.


나와 또 다른 나를 품고 사는 샐리.

내 몸과 내 취향을 역겨워 하는 또 다른 샐리.

한 사람을 사랑하는 샐리들.

그 한 사람에 의해 라임과 레몬으로 불렸던 샐리.


서로를 분리 시키고 싶었던 샐리와 그것을 멈추려는 레몬의 싸움.

그들을 통해 또 다른 자아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의 감정을 조금 체험해 봤다고 해야겠다.


분리의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를 생각하는 독자에게 작가는 공존하는 법을 제시한다.

샐리들의 고통보다도 그들을 사랑하는 류경아를 보면서 또 다른 사랑을 배운다.


품고 사는 것.

그것이 범 우주적인 마음자세가 아닐까.




처음으로 온전히 개방한 내 자아 안쪽으로 레몬의 세계가 파고든다. 

그 세계는 잔잔한 슬픔과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반짝이는 것들도 있다. 나는 그 세계의 슬프고 반짝이는 것들이 나에게로 건너오기를 기다린다.

........

하지만 레몬은 진작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외로운 세계가, 그렇기에 얼마나 자유로운지.






쓸모를 증명하라고 말하는 세계에 저항하려고.


<비구름을 따라서>


죽은 친구에게서 온 초대장.

비가 오는 날만 켜지는 라디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만들고 설명하는 게임.

다른 세상에서 오는 물건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어느새 SF로 변해버린다.

어딘지 미스터리 분위기를 풍기던 이야기가 반투막을 통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인해 SF로 바뀐다.


소외된 세상의 모든 것들.

그것들은 다른 세상에서는 쓸모가 있을까?


지금

여기

현재에서 쓸모없게 느껴지는 나는

다른 우주에서는 쓸모 있는 것일까?


이연은 그렇게 자기가 만든 녹색의 세상으로 건너간 걸까?

그곳에서 자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던 사람들을 초대한 걸까?


노바 파우치 안에서 꺼낸 토큰에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그 토큰들을 보면서 나는 어떤 세상을 그려낼 수 있을까?


누군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일찍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 나를 이해해 주기 바라는 마음은 언제나 간직되어 있다.


SF 세계에서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위로받을 을수 있는지 이 단편들이 말해준다.


그 현실을 이해받을 수 있게 잘 엮어낸 작가의 그물 안에 누워서 살살 흔들리며 이야기를 흡수해버리는 기분이 좋다.

초엽 김의 세상 안에서는 잔잔하게 스며들 수 있어서 좋다.

가 현실에서는 타협하지 못하는 것들도 그 세계에서는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을 거 같다.


양면의 조개껍데기처럼

겉은 울퉁불퉁 보호막처럼 둘러쳐도

그 안에는 부드럽고 신비한 빛을 품고 있는 것처럼

우리 안에 잠긴 부드럽고 신비한 빛을 이제는 드러내도 괜찮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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