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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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이나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부정형한 것이 어딘가를 향해 움직여가는 걸 눈으로 좇고 있으면 마음이 몸에서 빠져나가 그대로 둥실 떠서 주위로 퍼져나가는 것 같다.


서정적인 문체가 안치나이라는 작은 마을의 배경과 자연과 사람들에 대해서 우아하게 설명한다.

태곳적부터의 모습과 현재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곳을 다시 찾은 게이코의 눈으로 표현된다.


대도시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어릴 때 자랐던 마을 인근으로 돌아온 게이코는 우편배달부가 된다.

매일 누군가의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때론 그 편지를 읽어주며 게이코의 삶은 안치나이에 녹아든다.

그러다 데라토미노 가즈히코라는 남자에게 초대를 받는다.


외딴 마을 외딴곳에 혼자 사는 남자.

늘 스릴러를 읽어서인지 이 남자의 등장에 혼자 으스스 해진다.

하지만 그 남자가 밋밋한 게이코의 일상을 불살라버릴지는 또 몰랐네~






갑자기 시작된 되돌릴 수 없는 여행의 앞길은 불확실하다. 그러나 영구히 차지하지 않는 눈은 한 조각도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사실 뿐이다.

어른의 맛.

숙성된 어른들만이 아는 그 맛.


찐득하고 녹진한 그 열정적인 찰나의 순간에 퐁~ 하는 소리.



"미안, 프랜시스야."



도대체 프랜시스가 뭔데?

일(?)을 하다 말고 퐁~ 소리가 나자마자 달려나가는 건 뭔데?


이 작가님 완급 조절 끝내주시네!



홋카이도의 계절미를 농밀한 언어로 표현하는 작가의 필력이 사랑의 과정을 쏟아내는 글을 읽고 있자면

한 가지 부작용이 있다.  갑자기 옆에 있는 남의 편이 괜시리 멋져 보일 수 있다!



오감을 깨우는 섬세한 연애소설이라고 띠지에 쓰여있다.

그 말에 공감한다.


이름도 어려운 데라토미노 가즈히코.

널 오해해서 미안.

난 네가 스릴러 남주인 줄 알았어.

그래서 혼자 내빼거나 게이코를 사냥감으로 대하는 줄 알았지...


오해해 미안해.

하지만 너도 나쁜 놈이었던 시간은 있었잖아.

솔직하지 못했으니까..


간만에

책을 통해 연애의 열정을 느껴봤다.


마쓰이에 마사시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던데 그 이유를 알 거 같다.

독자를 슴슴하게 빠져들게 만들어 놓고 정신 못 차리게 하는 마력의 소유자였다.


가즈히코의 '음' 들을 들어보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손으로 잡힐 듯 보였던 그 감각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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