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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 지음, 홍한결 옮김 / 비채 / 2025년 7월
평점 :

매일같이 수개월, 수년 동안 식물을 돌보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생명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대체로 생명은 작기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 만큼 알고 있었다.
에세이스트, 일러스트레이터,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극작가, 설치예술가, 연구원.... 이 작가님은 도대체 언제 쉴까?
하는 일이 많고, 조금이라도 빈 시간이 있으면 낭비되는 거 같아서 못 견디는 사람이 나의 주변에도 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뭔가를 해야만 시간을 잘 썼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 에세이를 쓴 작가도 그런 사람이다.
그러나 쉼 없이 생각한다. 쉬어야 한다고.
그렇게 쉬는 시간에 이 책이 탄생했다.
정말 쉰 거 맞나?
에세이를 읽으며 작별을 생각해 본다.
나는 한 번도 살아있지 않은 것과 작별해 본 적이 없다.
이사 가는 날 그동안 잘 지냈다고 좋은 사람이 이사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인사한 적도 없고,
다 쓴 볼펜을 버리면서 악필을 참아내느라 고생했다는 인사도 못했다.
조니 선이 작별을 하는 방식이 참 다정해서 좋다.
무언가를 떠내 보내고, 새롭게 맞이하는 그 과정은 누구나 겪는 일인데도 나는 한 번도 그처럼 다정한 인사를 건네보지 못했던 거 같다.
식물을 키우면서도 그 경이로움에 놀라면서도 그때뿐이었다.
모든 관계(사람이든, 사물이든, 생명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에 작별을 잘 해야 하는데 나는 이제야 그 작별법을 배운 거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부지런한 시선 앞에서 잊었던 감정들을 꺼내본다.
나도 조니 선처럼 세상을 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간들을 어째서 잊어버렸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어느 한순간 그렇게 생각하기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나 보다...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는
쉬고 싶은데,
쉬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
쉬고 있지만 쉬어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처방전 같다.
그저 무심히 나를 스쳐가는 모든 것들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무심하게 그려져 있다.
나와 같을 때도 있고
내가 잊은 나일 때도 있고
내가 되고자 했던 나일 때도 있고
내가 잊어버리고 안타까워하는 나이기도 했다.
단숨에 읽어 버리는 글이 아니라
곁에 두고 깊게 숨 쉬고 싶을 때
그저 나를 돌아보고 싶을 때 읽으면서 공허함을 채우는 글이다.
타국에서
낯선 이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거나 비슷한 점을 찾게 되면 그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 마음을 나처럼 표현해 주는 글들과 생각들이 나를 편하게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