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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 - 국경선은 어떻게 삶과 운명, 정치와 경제를 결정짓는가
존 엘리지 지음, 이영래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외부인을 영원히 막아주는 국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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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 타윌은 무주지가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점유를 주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어느 국가도 이곳을 소유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국가가 공식적으로 이 영토를 포기했기에, 이곳이 유명해진 것이다.
세계사를 보는 시선이 요즘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서 읽는 재미가 있다.
지도 위에 그어진 선들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이 지구상에 아직도 남아 있는 미지의 세계가 있을까?
선이 그어지지 않아서 아무도 내 땅이라 우기지 못하는 그런 곳이 남아있을까?
산이나 강처럼 지형으로 국경을 나누었던 시절로부터, 전쟁으로 쟁취한 이후 지도상에 그어진 선으로 그 표식을 한 시대를 거쳐 민족이나 문화, 언어를 깡그리 무시하고 자기들 맘대로 그어서 땅따먹기 했던 제국의 시대를 거쳐 주인 없이 모두의 것이었던 바다와 하늘 그리고 우주까지 제멋대로 인간이 그어버린 선들.
이 책에 담긴 47개의 선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지구를 향한 인간들의 욕망이 보인다.
한반도 국경에 대해 가장 먼저 알고 있어야 할 사실은 다음과 같다. 즉, K-팝과 <오징어 게임>을 만들어내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 남한과, 고립적이고 공산주의적이면서도 신정체제적인 북한, 그리고 두 국가를 가르는 국경선은 북위 38도선을 따라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으로 이 작은 땅덩이가 절반으로 나누어졌다.
옛사람들은 전쟁으로 땅따먹기를 했다면, 그 후론 이념으로 나뉘어 땅바닥에 선을 그었고, 이제는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얽혀서 선을 긋고 있다.
인간의 선 긋기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한국 전쟁은 아직 휴전 중이지만 그 휴전선을 그은 이들은 한국 사람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그었다.
아프리카는 유럽 열강들에 의해 선이 그어졌다.
그로 인한 혼란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영국과 프랑스는 중동에 선을 그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비무장 국경은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놓여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전쟁 중이다.
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가 궁금했는데 이 책에 잘 설명되어 있다.
그들이 지금 전쟁을 벌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나니 이처럼 골치 아픈 일은 없을 거 같다.
3.8선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깔끔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세계사라면 유럽 열강 위주로만 배웠는데 이렇게 국경선으로 본 세계사도 짧지만 임팩트 있게 정리되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지구엔 더 이상 나눠먹을 땅이 없다.
그래서 바다에 선을 긋고 하늘에 선을 긋고 이제는 우주에도 그 선을 그을 생각인 인간들...
인류는 공존의 이유를 배워야 할 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남의 나라를 침략하지 않고, 함부로 선을 그어대지 않았던 조상들에게 감사한다.
남의 나라에 함부로 선을 긋고 그들을 식민지화했던 나라들로 인해 분열되고, 사라지고, 아직까지 그 존재성을 위해 싸워야 하는 사람들의 원망을 듣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인간의 욕심이 이제는 우주에 뻗치고 있으니 나는 그게 걱정스럽다.
세계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