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자의 상속녀 캐드펠 수사 시리즈 1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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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그러니까 모든 소동이 가라앉은 뒤, 의도는 더할 나의 없이 선하나 적절하지 않은 시점에 적절치 않은 말을 입 밖에 내어 분위기를 망쳐놓는 것이 설로라는 악의 없고 고지식한 인간의 특성인 모양이라고 캐드펠은 생각하게 될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또 한 번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교회나 천주교를 다녀본 적이 없지만 숱한 작품들 속에서 그들의 교리를 읽어왔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이단으로 몰리고,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이단으로 몰리는 중세 시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왜 지금 우리 모습과 오버랩되는 걸까?


글로만 외우고 교리에 치우쳐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벽창호 같은 사람들이 리더의 자리에 앉는 것이 어떤 불행을 가져오는 건지 절반은 속이 타고, 절반은 그것을 감싸안아버리는 포용력 앞에서 진정한 '앎'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였다.






"명백한 죄인이자 비열한이 그릇된 교리를 늘어놓아봐야 전혀 유혹적이지 않아요. 반면 잘 생기고 평판 좋은 사람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하는 말은 치명적인 유혹이 될 수 있지요. 저는 그것이 두렵습니다."


7년 전 주인을 따라 순례를 떠났던 청년이 돌아온다.

그는 영면에 든 주인의 관과 그 주인이 남긴 손녀에게 줄 지참금을 가지고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 당도한다.


성 위니프리드 축제일로 바쁜 수도원엔 많은 순례자들이 도착하고 있었고, 고위 성직자도 참석해 있었다.

생전에 수도원에 많은 지원을 했던 주인이 수도원에 묻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거라 생각했지만 한 수도사의 입방정(?) 때문에 주인의 과거 행적이 들춰지고 주인의 편을 들던 청년은 이단자로 의심을 받게 된다.


7년 만에 돌아온 고향은 변한 게 없는 듯 변해있고, 마르고 못생겼던 주인의 손녀는 아름다운 처녀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

그러나 일레이브가 가져온 지참금이 담긴 상자는 보통 상자가 아니었다. 캐드펠 수사의 눈에도 그 상자는 상당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이 상자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계산적인 남자.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었던 남자는 일레이브와의 술자리에서 그를 교묘하게 격동시키고 그가 한 말을 가지고 그를 고발한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수도원에 고백하러 간 와중에 살해된다.


캐드펠과 휴의 안정적인 수사와 라돌푸스 수도원장의 공정함이 빛나는 이야기였지만

로버트 부수도원장의 눈치 싸움과 고위 성직자 거버트의 융통성 없는 말에 혈압이 뻗친다.


<이단자의 상속녀>엔 중세 시대 교회가 어떻게 사람들을 교리 속에 가둬두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부당함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신념대로 옳고 바르게 행동하는 일레이브의 순진하면서도 강직한 모습에 마음이 몽글해지고, 포추너터의 강인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면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나오는 여성들은 모두 강단이 있다.

남자에게 매어있지 않고, 자기만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여성들이다.

그런 여성들을 존중해 주고, 그녀들을 지켜주는 매너 있는 남자들이 그 반대의 남자들과 더불어 재미와 감동을 준다.


실존 인물인 라돌푸스 수도원장이 실제로도 그렇게 강단 있고, 온화하면서도 판단력 좋은 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서 라돌푸스 수도원장이 있어 든든하다.

로버트 부수도원장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그와 제롬 수사가 초반에 비해 세가 많이 약해진 거 같아 고소하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불사하는 것이 살인이다.

이유 없이 죽은 사람도 불쌍하지만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죄를 저지른 자의 최후도 불쌍하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자기가 있을 곳을 찾아온 아름다운 상자의 여정도 신비롭다.

자신이 만든 물건보다도 오래 살지 못하는 인간의 욕심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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