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 읽기만 해도 어휘력이 늘고 말과 글에 깊이가 더해지는 책
장인용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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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는 '집터가 있던 자취'를 말한다. 그런 자취조차 없으니 거기에 집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제목이 참 사연 있어 보여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다양한 단어에 담긴 뜻과 그 단어가 만들어진 어원을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읽으면서 중국과 일본과 미국이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력을 수시로 깨닫게 된다.

아름다운 우리 고유어는 한자어와 일본어와 영어에 밀려서 이제는 쓰이지 못하고 사라진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럼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단어들도 많다.

독보적이어서 그 단어 외에는 그 어떤 단어로도 대체될 수 없는 단어들의 존재는 경이롭다.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 말도 있지만 변하는 말뜻도 있다. 언어는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도구를 다른 용도로 쓴다고 탓할 수는 없다.



우리가 아는 오징어는 원래 꼴뚜기의 한 종류라고 한다.

정말 오징어는 '갑오징어'이다. 꼴뚜기의 한 종류가 오징어가 되는 바람에 진짜 오징어는 '갑'이라는 말을 앞에 달아야 한다.

'복숭아'는 왠지 한자어 같은데 순 토박이 우리말이다.

우리말 같은 앵두와 자두는 한자어란다. 그러고 보니 잘못 알 고 있는 것들이 꽤 있다.

수박도 우리말이란다.

이름 유래에 애매함이 남아 한자어에서는 벗어났다고 한다. 중국에서 수박은 서쪽에서 온 과일이라 해서 서과(西瓜)라고 한다.

그럼 쓸쓸하다, 흐지부지, 으레, 나중, 잠깐, 조용히는 순우리말일까?

외상, 자작나무, 흉, 어음, 수월하다는 한자어일까?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에서 한자어를 무시할 수 없다. 아주 오랫동안 한자를 써왔기에 거기에서 파생된 말들이 아직까지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동안 한자를 가르치지 않아서 요즘 들어 한자어를 못 알아보고 실수하는 예들이 짤로 돌아다니는 걸 보게 된다.

같은 언어로 소통되지 않을 때 사회는 더 혼란해질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이기에 불교 용어에서 나온 말들도 상당하다.

읽으면서도 참 놀라웠다.

얼추, 단박에, 시달리다, 아사리판, 노파심, 타계, 명복 등이 산스크리트어에서 온 말들이다.

한자어나 순우리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교회, 예배, 설교, 찬송, 기도, 신앙은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용어들은 모두 불교에서 유래했다. 놀랍다!

재미, 맛, 멋이 모두 같은 의미였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렇게 알고 보니 그 뜻들이 다 연관 있어 보인다.

그저 무심코 썼을 뿐 한 번도 궁금해한 적 없는 우리말.

그저 미루어 짐작했을 뿐 그 유래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못 했던 내가 쓰는 말들.

언어의 변천도, 원래의 유래도,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면서 달라진 말들을 마주하는 시간이 좋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책을 읽는 동안 자꾸 뇌리를 스쳤다.

자꾸 배워야 함을 깨우쳐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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