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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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계속 무표정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크게 안도했다. 그러니까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라도 뭔가 숨기고 있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라도 버넘 숲을 속이고 있었다. 그건 쓸모 있지.



뉴질랜드 배경의 영미소설은 낯선 단어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생소한 삶도.

그곳에 난입(?) 한 미국인 억만장자는 비현실적이다.

표지의 저 손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산사태로 도로가 묻힌 코로와이 고개.

그곳엔 기사 작위를 받게 되는 손다이크의 주인 오언 다비시의 집에 있다.

그곳을 사려하는 미국인 억만장자 르모인.

그리고 그곳에 게릴라 가드닝을 꾸미려는 <버넘 숲>의 미라.



언제부터 버넘 숲이 사업체였죠?



버려진 땅에 작물을 가꿔서 그곳에서 나는 작물로 자급자족을 꿈꾸는 <버넘 숲>

이 비영리 단체를 자신의 은폐물로 써먹을 궁리를 하는 미국인 억만장자.

기사 작위에 취해서 전혀 관심도 없었던 자연보호에 살짝 다리를 걸쳐 놓은 다비시는 극비리에 손다이크를 르모인에게 팔아버릴 생각을 한다.

각자 다른 생각으로 손다이크에 모인 이들.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몰랐지만 속 시원한 반전이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책장이 자꾸만 얇아지는데 이야기는 절정을 달리고 있어서 정말 간이 콩알만해졌는데...





그렇게 생각해요? 그 사람은 문자 그대로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것의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에요.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버넘 숲 회원들은 어떤 꿍꿍이가 있는지도 모른 채 손다이크로 간다.

<버넘 숲>이 인정받는 단계가 될 거라 믿는 사람들의 순진한 마음을 이용하는 건 언제나 가진 자들이다.

얼마나 많은 카르텔들이 눈속임으로 자신들의 뱃속을 채웠을까?

미국의 억만장자는 뉴질랜드쯤은 나라라고 생각도 안 하는 느낌.

수많은 불법을 저지르고 남의 재산을 몰래 빼돌려도 결코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 자들.

이야기를 읽으며 르모인때문에 혈압이 오른다.

아마도 지금 우리 상황 때문에 더 거슬리는 거 같다.


텃밭에서는 진실이 올바름의 형태를 취하지 않았고, 옳음의 반대가 틀림도 아니었다.



가진 자들이 공공의 이익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익만 고려하면 손다이크처럼 희토류를 깔고 앉아 있어도 도둑놈을 들여 다 퍼가게 놔두는 것이다.

우리의 제주가 그렇듯이...

21세기에도 남의 자원을 버젓이 빼돌리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비영리단체에도 영리가 개입하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게 된다는 것도

어떤 쐐한 느낌이 있다면 절대 가지 말아야 하지만 자신의 이익에 초점이 맞춰지는 바람에 무시했던 그들은 그렇게 골로갈 뿐이다.

서로 다른 계층은 계급이 없는 이 시대에도 계급을 이룬다.

<버넘 숲>은 우리나라 대왕 고래 시추 프로젝트를 보는 거 같다.

유령회사가 작성한 보고서를 믿고 수천억을 쏟아붓는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정부.

르모인은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의뢰를 받고 자원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다 희토류를 발견한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쏙 빼고 전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보고서를 보내고 도둑질을 한다.

우리나라 대왕 고래 시추 프로젝트는 없는 석유를 있다고 말하고 그걸 확인한다고 시추 작업을 하면서 빼돌린 돈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 길이 없다.



그들이 저지른 짓은 무단 침입 그 이상이었다.



그들 모두 무단 침입을 정당화했다.

어쩜 우리는 진실을 외면하는데 길들여졌는지 모르겠다.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처럼 보였던 토니만이 진실을 외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아무도

진실은

듣지 않는 세상에...

엘리너 캐턴.

참 묘한 작가다.

사회 공분을 살 만한 이야기를 마지막에 스릴러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끝은 정말이지 그렇게 열어버린다고?

스티븐 킹과 버락 오바마가 왜 추천했는지 알 거 같다.

경악스러운 결말로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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