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메이슨 코일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에 처박혀서 혼자만의 비밀 프로젝트에 몰두하는 심각한 반사회적 성격의 광장공포증 환자 말이죠?"



천재 로봇공학자 헨리는 집 밖을 나서지 못하는 광장공포증 환자다.

요새 같은 집에서 아내 릴리와 곧 태어날 아기와 자신이 만든 로봇 <윌리엄>과 산다.

보통 이런 스토리에선 로봇 <윌리엄>에 대한 모종의 연민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첫 만남부터 '윌리엄'이 사악하게 느껴졌다.

흉측한 모습에 두 다리가 없는 대신 스툴에 바퀴를 달아 고릴라처럼 긴 팔로 책상 모서리를 잡고 이동하는 윌리엄에 호감을 느끼지 못한 것은 그의 외형 때문이 아니다.

핼러윈 코스튬에 맞게 만들어진 인형 같은 윌리엄에게 소름 끼치는 것은 자신을 만든 창조자 헨리에게 '형님'이라 부르며 이죽거리는 그 모습 때문이다.

철학적인 거 같으면서 묘하게 어두운 느낌의 이 윌리엄은 헨리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헨리도 릴리도 모르는 사이 윌리엄은 집안의 시스템을 자기 손아귀에 넣었다.

그리고 초대받아 집에 온 릴리의 친구 데이비스에게 질투를 느끼도록 헨리의 감정을 건드린다.

데이비스와 페이지가 릴리의 초대를 받고 그들의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눈에 빤하게 보였다.

그럼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겠더라...





"제 몸은 재활용 부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팔도, 눈도, 혀도.... 전부 한때는 다른 기계의 부품이었지요. 한때는 켜졌다가 끝내는 꺼진 존재들. 그 모든 종결이 제 안에 있습니다. 그것들이 제 영혼을 이룹니다."



스스로를 자각하기 시작한 AI를 인간이 막을 수 있을까?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철통같은 방어를 한 집은 이제 그들을 가두는 무기가 되었다.

그 안에서 벌어진 일들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었지만 "윌리엄'에게 느껴지는 부정적이고, 기분 나쁜 느낌은 좀체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 앞에서 <윌리엄>의 존재는 사.라.진.다...



"생명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생명을 빼앗는 것입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엔 자신이 만든 괴물을 감당치 못해 버리고 도망간 프랑켄슈타인 박사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람을 해치게 되는 피조물이 있다.

메이슨 코일의 <윌리엄>엔 자신을 만든 창조자를 버리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진화된 괴물이 있다.

이 이야기가 그저 소설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만이다.

우리 생활 곳곳에 이미 존재하는 인공지능의 능력이 인간의 지배를 거부할 날이 언제쯤일까?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 자기복제를 하게 되는 날은 또 언제쯤 오게 될까?

지금 시점에 우리는 그들에 대해 뭘 알고 있나?

<윌리엄>은 가면이다.

그 너머에 있는 진짜를 우리는 결코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무서운 미래를 남겨두고 메이슨 코일은 영면했다..

그가 던진 이 파장이 지금은 소설로 그칠지 몰라도 언젠가는 그가 창조한 <윌리엄>들의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지금 이 현실에 살고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윌리엄>의 미래가 빨리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무 정보 없이 읽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

결정적 반전이 앞부분의 이야기를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이야기.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미래의 한 부분을 미리 맛볼 수 있는 이야기....

윌.리.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