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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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법자 더치스 데이 래들리고, 넌 겁쟁이 네이트 노먼이야."

"한 번만 더 내 가족 얘기 나불거리면 그 모가지 날려버린다, 니미 씨팔놈아."



거친 말버릇은 더치스의 방어기재다.

작고 마른 열세 살 소녀에겐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과거의 슬픔을 안고 술과 약에 빠지는 엄마와 천사 같은 남동생 로빈.

스스로 무법자라고 말하는 더치스에게 두 사람은 목숨을 다해 지켜내야 하는 존재다.




워크는 긴 세월 기다렸다. 시시 래들리와 빈센트 킹 일이 있은 지 30년이 지났으나, 스타는 아직도 혀가 꼬이는 발음으로 시간이 과거부터 미래까지 동시에 존재한다고 웅얼거리며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고 그 힘에 미래가 궤도에서 벗어나 결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워커는 케이프 헤이븐의 경찰서장이다.

그에겐 어릴 때 동생을 잃고 아비 없는 두 아이를 낳은 친구 스타와 스타의 동생을 죽인 죄로 15살에 감옥에 갇힌 절친 빈센트 킹이 있다. 그리고 허구헌날 경찰 무전을 외치며 옆집에 사는 친구를 신고하는 두 친구가 있다.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워크의 시간은 시시의 죽음 이후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케이프 헤이븐은 관광도시로 변했고, 킹은 형기를 마치고 출옥하고, 워크에겐 그것만큼 기쁘면서 서글픈 일이 없다.

그리고 성실하게 자기 일을 착실하게 하고 있는 워크에게 '파킨슨'이라는 친구가 찾아오고, 이 작은 마을을 부동산으로 달뜨게 하는 덩치 큰 남자, 이름부터 어둠을 몰고 다니는 남자 디키 다크가 있다.





읽는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리고 끝없이 의심해야 했다.

그리고 속절없이 깨달은 비밀 때문에 슬픔이 점점이 밀려왔다..



학교 건물로 걸어 들어가면서 더치스는 그가 뭘 보는지 생각했다. 옆에 있는 다른 아이들의 삶이 너무 가벼워서 눈이 부셨다.



13살에 온갖 고통을 짊어진 더치스는 눈물 나게 용감했고, 그래서 마음 시리게 뇌리에 남는다.

병과 싸우며 친구들을, 마을을,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던 워크는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범죄소설의 탈을 썼지만 이 작품이 남기는 여운이 너무 커서 한참을 먹먹하게 있었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자라지 못한다.

마음이 그 시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도 생각은 그 시간에 남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이야기는 촘촘하게 엮어져 커다란 그물이 된다.

그 그물 안에 담긴 것들이 오롯이 마음에 새겨질 때 슬픔과 감동과 기쁨과 고통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어느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불평하고 싶은 점이다.

빌런이 있어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데 이 이야기엔 빌런이 없다.

모두가 피해자였고, 모두가 가해자였으며,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며칠 전 읽은 동화에서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뿌리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는데 이 작품이 그걸 복습시켜주는 거 같다.


복수가 사람의 삶을 아주 짙게 물들여 한때 있었을지 모를 좋은 점까지 모조리 시커멓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6건의 죽음이 있는 이야기지만 죽음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사람이 보일 뿐...

잔인한 이야기인데

참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 모순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것 또한 점점이 내 안에 스며들게 된다.

올해

이와 같은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자신을 이겨내기 위해 글을 쓴 작가의 내공은 이렇게 위대해지는 건가 보다...

깊은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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