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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애덤스 이야기 ㅣ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2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28/pimg_7368641354585755.jpg)
사랑은 무서운 것이었다. 그는, 니컬러스 애덤스는, 그 안에 있는 어떤 자질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었다. 어쩌면 그 자질은 영원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사라질지도 몰랐다.
<바질 이야기>를 읽고 나서 닉 애덤스 역시 비슷한 시대를 통과한 소년의 이야기라 생각했었는데 <닉 애덤스 이야기>는 첫 이야기부터 뭔가 살벌하면서도 위험한 삶의 여정 같았다.
닉의 등장은 겁 많은 소년이었다.
아버지와 삼촌과 밤낚시를 온 닉은 혼자 텐트에 있게 되자 무서워서 총을 세 발 쏜다.
아버지와의 신호였다. 무슨 일이 생기면 총을 쏘라는. 덕분에 겁쟁이라는 말을 듣게 됐지만.
인디언 부락에서 난산의 고통에 신음하는 산모를 돕는 아버지 곁에서 심부름을 하던 닉은 생명의 탄생과 동시에 아내의 괴로운 비명소리를 감내하지 못한 남편의 자살 현장을 보게 된다.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한꺼번에 마주하게 되는 밤.
그것이 닉 애덤스의 첫인상이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28/pimg_7368641354585759.png)
동생과 닉은 서로만을 사랑할 뿐, 다른 사람은 사랑하지 않았다. 다른 가족은 그들에게 남이나 마찬가지였다.
<닉 애덤스 이야기>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위험한 십 대의 닉 곁에 여동생이 있다.
사냥 금지 동물을 죽인 이유로 수렵 감시인에게 쫓기며 동생과 근친상간적인 뉘앙스를 띄운다.
닉 애덤스라는 인물이 헤밍웨이를 대변하는 느낌이라서 이 부분에 약간 멈칫했다.
낚시를 좋아하고, 글을 쓰며 어딘지 동떨어진 세상을 살고 있는 느낌을 가진 닉 애덤스.
전쟁터에서 횡설수설하며 자신을 가다듬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청년이 전쟁의 참상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으로 보여서 마음이 애잔해졌다.
닉은 헬렌의 기분이 안 좋을 때 글이 제일 잘 써졌다. 딱 그만큼의 불만과 불화가 필요했다.
가정을 가진 닉 애덤스
자신의 아들과 함께 하면서 아버지를 떠올리는 닉 애덤스.
친구와 스키를 타며 자유를 만끽하는 닉 애덤스.
그의 내면은 닉의 이야기처럼 자꾸 세월을 건너뛴다.
바질이 질서정연한 성장기를 보냈다면
닉 애덤스는 월든 같은 성장기를 보인다고나 할까?
자연 속에 버티면서 어디로 튈지 모를 감수성을 가진 남자가 자신을 누르며 사는 방법은 글쓰기였다.
자신이 위대한 작가가 되리라는 걸 알았던 닉 애덤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어린 헤밍웨이와 청년 헤밍웨이와 중년의 헤밍웨이가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새롭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건 아니다. 모든 것은 결국 부진해진다.
힘 있는 문체는 배경 묘사에 탁월해서 마치 내가 그 숲에 숨어서 닉의 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 든다.
투박한 듯 세련된 문체는 묘하게 중독적이라서 읽고 있는 내내 삶을 살아내는 닉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거칠고 잔인한 느낌과 함께 다정하고 세심하며 굳건한 느낌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닉 애덤스.
단편이 주는 다채로움이 <닉 애덤스 이야기>의 최대 묘미다.
그래서 닉 애덤스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려 명의 동명이인의 삶을 그려 놓은 거 같다.
그게 바로 헤밍웨이인 거 같다.
실제로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마련이니까.
새로운 내 모습도 결국엔 부진한 모습이 되기에 부진함을 떨치기 위해 매해 또다시 새롭게 다짐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