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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웨딩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평점 :

나는 매기가 혹시 약혼자를 똑바로 못 보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웠지만, 딸의 말에 반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은 그저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히든 픽처스>를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빤한 이야기를 빤하기 않게 쓰는 건 작가의 역량이고 필력이다.
3년간 연락 없던 딸에게 전화가 오고 딸은 자신의 결혼식에 아빠를 초대한다.
결혼식전에 사위가 보고 싶었던 아빠의 요청에 딸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에 아빠를 초대한다.
으리으리한 펜트하우스에 을씨년스러운 그림들.
예비사위는 화가이자 재벌의 아들이다.
초호화 아파트에 기가 살짝 죽었지만 아버지 눈에 들어온 풍경 속에서 그는 겉도는 느낌을 받는다.
내 딸이 옳은 선택을 한 걸까?

"그 애는 도움을 원치 않아. 이건 영화 <테이큰>이 아니고, 너는 리암 니슨이 아니야. 넌 매기를 구출할 필요가 없어."
그랬다.
나는 <테이큰> 소설 버전을 볼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허를 찔리는 건 바로 내가 예상한 그 어느 것도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비틀어서 괜찮게 다듬었을까?를 생각했던 내가 우스워졌다.
26년간 UPS 택배회사를 무사고로 운전한 프랭크는 10살에 엄마를 잃은 매기를 누나 태미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키웠다.
하지만 어디선가 그들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게 되고 매기는 프랭크가 이해할 수 없는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여자 문제가 뻔한 남자와 결혼을 서두르고 있었다.
프랭크는 리암 니슨이 아니었기에 대화로 딸의 마음을 돌려보려 하고, 증거를 찾아서 딸을 설득하려 했지만 딸은 요지부동이다.
모든 결혼식 비용을 신랑 측이 부담하겠다는 것도 마다하고 술값이라도 내야 하다는 자존심을 가진 프랭크의 앞에 막장드라마 같은 사실들이 펼쳐진다.
그 어떤 액션도 없지만
그 어떤 액션 신보다도 더 쫄깃했다.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결말 역시 내 예상을 빗나갔다.
제이슨 르쿨락은 결말에 모두가 행복한 해피엔딩을 담지 않고 현실을 담았다.
가족 간에 반목이 있다면 그것은 되돌리기 힘들다.
그것이 한 사람의 맹목적인 비난에 근거한 거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한 사람의 잘못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이 걷히지 않는 한은 절대 화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더 넓고, 더 사랑하는 사람이 활짝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겠지...
용서는 용서할 사람보다
용서받아야 할 사람이 더 잘 활용하는 거 같다.
프랭크는 딸을 하나 잃었고, 대신 딸을 하나 얻었다.
그것마저도 내 예상을 깨는 방법이었지만 그만큼 현실적이었다.
작가는 소설의 통념을 여지없이 깨버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재벌들과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프랭크 같은 보통 사람의 생각과 부딪힐 때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평생을 올곧게 살려고 노력한 사람들을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길 수 있을까?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말아야 하고
뱁새는 황새를 쫓다 가랑이만 찢어질 뿐이다.
패배주의자 같은 말로 들리겠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검증된 진리다.
부모라고 해서 자식을 다 일지 못한다.
자식이 부모를 잘 모르듯이...
프랭크가 서 있었던 그 5분.
그 5분 안에서 서로의 눈길이 마주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