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의 순례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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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그는 다시는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맹세한 바 있었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무기라곤 갖고 있지 않지만, 그리고 관절염 증세가 있긴 하지만 캐드펠에게는 아직 쓸 만한 두 주먹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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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그 잔인한 행위에 대해 마음 깊이 속죄해야 하겠으나, 십자군의 사나운 피가 끓어넘치는 지금으로서는 그저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다른 편에 비해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였다.

물론 슈루즈베리와 아주 멀리 떨어진 윈체스터에서 스티븐 왕을 지지하던 성직자가 모드 황후 편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을 때 그를 도와주던 모드 황후의 측근 중 한 사람이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을 뿐이었다.

스티븐 왕이 모드 황후에게 인질로 잡힌 상태에서 헨리 주교는 모드 황후의 손을 들어준다.

하지만 모드 황후는 과거에 연연해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마저 적으로 돌리기 급급했다.

그런 불안한 정세 속에서 슈루즈베리에서는 성 위니프리드 축제가 벌어지고 수많은 순례자들이 슈루즈베리로 몰려온다.

그 일행 중 맨발로 십자가를 목에 지고 고행을 자처한 순례자가 있으니 그 곁에는 그를 지키며 같이 걸어온 친구가 있었다.

그들의 감동적인 사연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성 위니프리드 성녀의 축복이 내리기를 기원한다.

그 와중에 호시탐탐 남의 물건을 노리는 양아치들이 있었으니 사람들이 많은 곳엔 꼭 그런 인간들이 있기 마련.

휴 베링어는 그런 자들을 잡으려다 놓치고, 남쪽에서는 반가운 손님이 캐드펠을 찾아온다.

바로 <얼음 속의 여인>편에 나왔던 올리비에가 주군의 사람을 찾으러 다니다 슈루즈베리까지 온 것이다.

캐드펠과 올리비에의 만남이 어디선가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여기서 만날 줄이야~




여위고 기름한 윤곽에 잘 빠진 언월도처럼 솟은 코, 짙은 눈썹, 부드러운 윤곽을 지닌 입술, 두려움을 모르는 매의 것처럼 빛나는 황금빛 눈, 접힌 날개인 듯 그의 뺨과 관자놀이를 감싼 검푸른 곱슬머리. 아주 젊은 나이에도 분명하게 틀이 잡힌, 동서양의 특징이 절묘하게 조화된 얼굴.






도저히 상상이 안 가서 책에 나온 묘사대로 AI에게 그려달라 요청했더니 이런 모습을 그려줬다.

올리비에 드 브르타뉴.

시리아 출신으로 아버지가 십자군이던 잉글랜드 사람이다. 그는 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이 없지만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잉글랜드 사람을 주군으로 모시고 있다. 휴 베링어와는 다르게 모드 황후 편에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왜 중요하냐면 그가 바로 캐드펠 수사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캐드펠 수사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나 이제 휴 베링어도 알게 되었다.

정작 당사자인 올리비에는 그 사실을 모르지만 캐드펠에게 끌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언제쯤이면 부자상봉의 절절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성 위드프리드 성녀의 기적이 이루어져서 놀라고(그 관에는 다른 사람이 들어 있는데 그럼 그자도 성인일까?)

궁금했던 이브와 에르미나의 소식도 알게 되어 즐거웠고, 모드 황후가 득세해서 스티븐 왕을 지지하는 슈롭서가 어찌 될까 걱정됐는데 그만 하룻밤 사이에 판이 뒤집혀 버리고~ 역시나 모든 것을 초월하는 또 다른 사랑의 열매가 맺어져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추위 속에 온기를 주었다.

언제나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어쩜 이렇게 중복되는 이야기 하나 없이 매번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들을 만들어 내는지 작가님의 필력이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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