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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몸값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한 생명을 위해 두 생명을 바친다..... 그건 결코 공정한 거래가 아니죠."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를 둘러싼 내전으로 인해 휴는 전투에 참가했다 돌아오지만 그의 상관인 길버트 프레스코트가 그만 적진에 포로로 잡혀버립니다.
상관 대신 슈루즈베리를 지켜야 하는 휴에게 고드릭 포드 수녀원을 약탈하려던 웨일스인들 중 한 명이 포로로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웨일스인 포로는 젊은 청년으로 지위가 높아 보였죠.
휴는 그 포로와 웨일스에 잡혀있는 프레스코트를 맞교환하려 합니다.
그러나 웨일스의 청년 엘리스는 프레스코트의 딸 멜리센트를 본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이미 아버지가 정해준 약혼녀가 있는 엘리스, 그런 줄도 모르고 사랑에 빠진 멜리센트는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게 되죠.
사랑은 그렇게 모든 것에서 눈을 멀게 만드나 봅니다...
잉글랜드의 왕위 쟁탈전에 웨일스가 끼어든 상황에서 웨일스의 젊은 청년과 잉글랜드 처녀의 사랑이 어떻게 될지 조마조마하던 차에
프레스코트가 슈루즈베리로 돌아옵니다. 부상이 심해서 거의 죽음 가까이에 다가간 프레스코트는 수도사들의 극진한 간호를 받는 와중에 그만 숨을 거두고 맙니다.
다른 수도사였다면 자연사라고 생각했겠지만 그의 죽음을 확인한 캐드펠 수사는 그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프레스코트의 딸은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듣자마다 범인으로 자신과 눈 맞았던 엘리스를 지목합니다.
사랑에 눈이 먼 엘리스가 멜리센트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을 프레스코트를 죽였을까요?
아니면 그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들이 때는 이때다 싶게 약해진 그를 공격했을까요?
두 사람은 마치 서로의 거울상 같았다. 동일한 존재의 좌우가 뒤바뀌고 밝은 면과 어두운 면도 함께 뒤바뀌어버린, 그런 거울상 말이다.
엘리스에겐 엘리드라는 젓형제가 있습니다.
사촌 엘리드와 엘리스 그의 약혼녀 크리스티나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습니다.
하지만 크리스티나는 엘리드를 사랑하게 되죠. 엘리드 역시 크리스티나를 사랑하지만 엘리스도 그에 못지않게 사랑합니다.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엘리스가 잉글랜드에서 자신의 짝을 찾으면서 새로운 반전이 맞이합니다.
이 세 사람의 사랑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까요?
<죽은 자의 몸값>은 모처럼 쉬어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다고 재미없거나, 상황이 평탄한 건 아니죠.
웨일스가 잉글랜드가 왕권 다툼으로 혼란한 틈을 노리고 국경과 가까운 슈롭셔 인근을 약탈하고, 스티븐 왕은 그 와중에 모드 황후편에 포로로 잡히고 맙니다.
웨일스의 오아인 귀네드는 잉글랜드와 척을 지려하지 않지만 그의 동생은 국경 근처에서 잉글랜드 백성들을 약탈합니다.
그런 와중에 벌어진 포로 교환과 자신들을 기지로 물리친 수녀원에 대한 복수가 맞물리면서 네 청년들의 사랑이 몰고 오는 사랑의 파국이 <죽은 자의 몸값>을 이루는 이야기의 뼈대가 됩니다.
사랑에 관대한 캐드펠 수사와 한때 자신의 젊음을 팔아 고상한(?) 세월을 보내다 수녀가 된 매그덜린 수녀가 은근히 활약하는 모습은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줍니다.
굉장히 많이 쓰인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새롭게 느껴지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작가의 필력이 필요한 부분이죠.
그래서 이 시리즈의 이야기들을 무심히 읽기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인물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툭 튀어나와 새로운 감동을 주거든요.
매그덜린 수녀는 자신의 기지로 수녀원을 지키고 젊은이들의 사랑도 지켜내죠.
캐드펠 수사의 영역을 아무렇지 않게 침범(?) 하면서도 그를 꼼짝 못 하게 하는 매그덜린 수녀님의 탁월한 솜씨가 돋보였던 작품입니다.
다음 번 이야기에서는 휴가 새로운 상관을 맞이하게 될까요?
아니면 그가 슈루즈베리를 맡게 될까요?
만약 그렇게 되면 캐드펠과 휴의 관계도 미묘하게 달라질까요? 아니면 더 돈독해질까요?
궁금한 게 많아서 빨리 다음 권을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