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의 여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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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님을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멀쩡한 모습으로는요! 도대체가, 벌집에 손을 넣어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겁니까?"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내란으로 인해 뒤숭숭한 정국이 <얼음 속의 여인>의 시작이다.

슈르즈베리 인근의 우스터시에서 온 피난민들이 슈르즈베리로 몰려오고 그 와중에 우스터의 귀족 자제인 두 남매가 실종되었다는 제보가 들어온다. 두 남매의 부모는 세상을 뜨고 그들의 보호자는 모드 황후 편이다. 수도사들은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자에게 넘겨주어야 하는데 그만 그들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18살의 에르미나 위고냉과 13살의 이브 위고냉.

두 사람을 찾기 위해 휴가 나서고, 브롬필드 수도원의 수사가 도적떼들에게 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에 캐드펠은 부상자를 보살피러 달려간다.



고집스러운 18살 에르미나의 사랑의 도피 행각으로 인해 동생 이브와 그들을 돌봐주던 힐라리아 수녀는 외딴곳에 남겨졌고, 누나를 찾으러 나선 이브는 길을 잃고 헤매다 친절한 농부의 도움으로 캐드펠 수사를 만나 보호를 받지만 힐라리아 수녀는 얼음 속에 갇힌 채 죽음을 맞는다.

전편들 보다 조금 복잡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얼음 속의 여인>은 내란으로 정신없는 틈을 타 약탈을 일삼는 도적떼들의 이야기가 함께 이어져 그 어느 때보다 독자를 긴장 속에 빠지게 한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민가를 털어 사람들을 몰살시키고 불까지 질러 모든 것을 불태우는 도적떼 무리는 가뜩이나 내란으로 인해 피난을 온 사람들로 정신없는 도시를 더 정신없게 만든다.

거기에 위고냉 남매를 데려오기 위해 모드 황후 편에 선 외숙부가 몰래 보낸 자는 자칫 잡히면 첩자로 간주되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캐드펠 수사는 이브를 보살피며 사경을 헤매는 엘리어스 수도사를 간호한다.

헤어진 남매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랑에 눈먼 에르미나는 무사할까?

힐라리아 수녀는 누가 죽였을까?





13살 꼬마 이브 왜 이렇게 어른스럽고 용감하니?

에르미나 이제 세상을 좀 알겠니? 남자 보는 눈이 나아져서 다행이구나~

휴 베링어 득남을 축하해요~

캐드펠 수사님도 축하할 일이 있죠?



강간으로 시작되는 결혼. 일단 일이 벌어지면 대개의 가문에서는 흉한 소문과 불화를 초래하느니 차라리 둘을 결혼시키는 편이 낫겠다고 여기기 마련이다. 먼저 여자를 취한 뒤 결혼에 이르는 일은 실제로 흔히 벌이지고 있었다.



어느 시대에도 이런 경우가 있다는 게 정말 치를 떨게 만든다.

가해자와 평생을 살아야 하는 수치심과 모멸감을 어떻게 견디며 살았을까?

우리나라에도 그런 경우가 많았을 텐데 다들 미치지 않고 어떻게 살아냈을까?

<얼음 속의 여인>은 다양한 시대적 문제점들을 들춰냈다.

왕권 다툼으로 인한 정세 불안과 혹독한 추위에 오갈 데 없는 백성들을 약탈하며 살인을 벌이는 도적 떼와 부유한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게 되고 그것을 노리는 인간들의 파렴치한 행태에서 용케 빠져나오지만 그로 인한 희생이 참혹했다는 사실.

그리고 캐드펠의 과거가 그의 눈앞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유 모를 동질감을 느끼며 친근한 호기심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기나긴 침묵도 불편하지 않았고, 대화를 나눌 땐 두 사람 모두 나직하고 평화로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마치 평생 서로를 알고 지내온 것만 같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 대목을 읽는데 찌리리 촉이 왔다.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캐드펠의 과거의 유산이 이렇게 나타날 줄 상상도 못했네!

어딘가에서 꼭 다시 만날 것을 예감하면서 이번 <얼음 속의 여인>은 아직 오지 않은 겨울을 미리 맛보게 해주었다.

작품 속 혹독한 겨울은 날씨 자체도 혹독했지만 정세도 혹독해서 아직 덜 온 우리의 겨울이 혹독할 거 처럼 느껴져 씁쓸했다.

휴 베링어처럼 자기 자리에서 맡은 일을 '잘'하는 관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1~5권은 단순미에서 오는 재미와 감동이 있었는데

6편부터는 복잡미가 가미해서 뭔가 더 큰 느낌으로 다가오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이번 편에서는 캐드펠 수사가 사랑의 작대기 노릇은 못했지만 더 커다란 인연을 만났으니 독자로서 충분히 즐거웠다~

앞으로 캐드펠 수사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그것이 더 궁금해지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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