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의 갈림길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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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를 죽이지 않았어요. 변호사님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건 그거예요."



전작 <변론의 법칙>에서 누명을 쓰고 슬기로운 감방생활(?)을 했던 미키 할러는 자신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고 투옥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회생의 갈림길>은 미키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사람을 변호해서 승리를 거머쥔 것으로 시작한다. 그의 승리는 수많은 죄수들에게 한 줄기 빛이었고, 그들의 억울한 사연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미키 할러와 해리 보슈의 콜라보로 엄청난 기대를 갖고 이야기를 읽기 시작한 내 마음에 해리의 모습이 칼날처럼 박혀온다.

아니, 미키 할러 시리즈라서 그런 건가? 보슈가 왜 이렇게 나약하게 그려졌지? 병들고, 늙고, 경찰도 아닌 해리 보슈. 그리고 '형'이란 호칭을 쓰지만 뭔가 지시받는 기분이 들게 하는 멘트들... 내가 보슈를 할러 보다 몇 단계 위에 두었나 보다 ㅠ.ㅠ

어쨌든 할러는 보슈에게 억울하다는 사연들을 살펴보고 거기서 정말 억울할 거 같은 사연을 고르는 역할을 맡긴다.

오랫동안 살인사건 전담 경찰이었던 보슈의 촉을 믿는다는 뜻이었다.

수많은 편지들 중에 보슈는 하나의 편지에서 촉이 발동한다.

보안관 부관이었던 전 남편을 총으로 쏴 죽인 혐의로 수감생활을 하는 루신더 샌즈의 사연은 미키의 구미를 당겼고, 그녀를 만나 본 이후에 그들은 이 사건을 맡기로 한다.





나는 교도소 문밖에 서서 산 자들의 땅으로 돌아오는 내 의뢰인을 기쁘게 맞이하고 싶었다. 루신더 샌즈가 그런 의뢰인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연료탱크를 가득 채웠고 부활의 도로를 다시 달려갈 준비가 돼 있었다.




인신청구 소송을 하고 루신더 샌즈 사건을 연방 법원으로 가져간 미키 할러는 깐깐한 판사와 사사건건 입에 거품 물고 달려드는 검사를 맞아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보슈와 할러의 촉이 맞았다.

이 루신더 샌즈 사건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그것을 알아내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야만 이 재판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 문제를 거론하며 법은 루신더 샌즈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사면초가에 빠진 미키 할러.

어째 미키의 특기이자 자랑거리인 트릭이 없어서 서운하다 했는데 이렇게 마지막에 화려하게 등장할 줄이야~





보슈는 흐르는 세월이 과거에는 옳았던 일을 현재에는 그렇지 않은 일로 바꾸어 놓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


40년 넘게 살인사건 전담 경찰로 지냈던 보슈와 물불 안 가리고 의뢰를 맡아 자신의 의뢰인에게 최선을 다했던 할러.

그들은 기존의 일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에서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낀다.

살인자를 잡아넣는데 초점을 맞췄던 전직 형사와 어떤 의뢰인이 되었던 요리조리 법망을 빠져나갈 길을 찾았던 변호사는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들을 위해 자신들의 역량을 쏟아붓는다.

그래서 앞으로 이 두 사람이 만들어 갈 이야기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최고의 베테랑들이 모여 가장 어려운 숙제를 풀어내는 이야기는 별다른 사건이 없어도 계속 긴장모드를 이어가게 한다.

그리고 아무리 솜씨 좋게 사건을 은폐하고,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어도 누군가는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

공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을 위해 억울한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모습에도 치가 떨리지만, 직업윤리를 져버리고 해서는 안 되는 짓을 버젓이 해버리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치가 떨린다.

얼마나 많은 이런 비리들이 약한 사람들에게 누명을 씌웠을까?

악명 높은 변호사 미키 할러는 이제 누명을 쓴 죄수들의 수호자가 되었다.

해리 보슈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지만 연륜으로 버티는 중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서로를 모르고 살았던 형제가 이제라도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 주는 모습은 오랜 팬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준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보고 싶다는 내 마음은 욕심일까?

욕심이라 해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억울한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주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미키 할러.

미키 할러가 그동안 쌓아 올린 악명은 아마도 이런 수호자가 되기 위한 가시밭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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