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주인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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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다! 엄마를 죽여야 해.



어떤 게 가장 큰 공포일까?

TV 채널을 돌리기만 하면 피 튀는 공포가 만연하다.

영화 속에도, 드라마 속에도, 그리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소식을 전하는 뉴스도, 하다못해 범죄의 잔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까지 모두가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군다.

그러나 소설 속 공포처럼 잔인한 것이 또 있을까?

보이는 건 덜 잔인하다.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이미지가 극심한 공포를 일으키지...

6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보이는 공포보다 보이지 않는 공포에 전율했다.

인형의 주인이 설마설마했지만 그 설마가 맞았을 때의 소름...

한껏 불쌍하고 연민을 느끼게 했던 아이가 병들었음을 깨달았을 때, 그러나 아무도 그걸 모른다는 사실처럼 끔찍한 게 있을까.






트래비스는 나한테 나쁜 짓을 하지 않아! 트래비스는 내 친구야.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들.

그러나 그 평범만큼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을 가졌다.

중요한 건 그 예상이 맞았을 때 오는 심리적 충격이다.

예상하면서도 그 예상을 빗나가는 반전이 있을 거라 자신을 달래가며 읽는데 그 예상이 들어맞았을 때 오는 절망감과 그 뒤로 흐르는 감정은 내가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내가 해나였다면 나는?

12살 소녀의 그 공포가 나를 점점 죄어와 해나의 그 끔찍한 기억 속에 갇힌 기분이다.

조이스 캐럴 오츠는 짧은 이야기에 압축된 공포를 담아냈다.

머릿속에 필름을 심어줌으로써 계속 재생되게 만드는 필력이었다.

매 이야기에 마다 드러나는 반전 때문에 더 이상 받을 충격이 없을 거 같은 내 독서력에 대미지가 생길 정도다.

평범함에 내재되어 있는 공포는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모양이다.

남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품고 사는 이의 고통이 글을 통해 내게 스며든다.

작가에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조이스 캐럴 오츠..

진정한 공포가 무언지 아는 작가의 글은 독자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간다.

대 놓고 범죄가 일어나는 이야기보다 더 스릴 있고, 좇고 쫓기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마음이 조급해진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는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이야기로 재구성한 거 같다.

사 놓고 못 읽은 책 <흉가>도 이런 식일까?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들을 섭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고 임팩트 있는 공포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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