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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이혼일지 - 지극히 사적인 이별 바이블
이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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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무례하지 말아야지'라는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처럼 굴면서도, 그 문장 뒤에는 시퍼런 칼 같은 마음도 함께 품고 있었다. 언제 서로에게 베일지 모르는 위험한 관계였다.
누군가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은 괴로울 줄 알았다.
연애부터 육아까지 이제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책을 통해서 배우는 시대다.
이 책을 받고 나서 '이제는 이혼도 책으로 배워야 하는 시대구나..'라고 생각했다.
'이혼일지'라는 말처럼 이 책에는 이휘 작가의 <이혼>이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모든 감정들이 담겨있다.
곳곳에서 만나는 눈물들은 그의 당찬 글과는 다른 모습이라 그 감정을 헤아려 보곤 했다.
더 이상 가정을 이루고 살았던 사람과 같이 살 수 없어서 '이혼 프로포즈'까지 했던 사람치고는 눈물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라도 그렇게 많이 울었을 거 같다는 느낌이든다.
나만의 '가정'
나만의 '가족'
'내 편'이었던 사람과의 이별은 잘잘못을 떠나서 상당히 괴로운 감정일 테고, 그런 결정을 내린 건 나지만 그래서 자꾸 죄책감도 들 테고,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서럽기도 했겠고, 상대방의 모습에 분노가 치밀고, 왜 처음에 알지 못했을까라는 후회감도 계속 밀물처럼 밀려왔을 거 같다.
그럼에도 작가는 자기 마음을 정리하고 다독이며 나아간다.
그것이 그가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예능 작가다운 글 솜씨로 이혼 과정과 이혼 후의 감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건 그만의 자가치유법이었다.
이혼 후 첫 번째 맞이하는 결혼기념일에 브런치에 이혼일지를 쓴다.
자신을 덜어내는 법을 제대로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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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란 일종의 인테리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을 어느 위치에 두는 게 가장 알맞은지를 잘 알아야 관계도 마음도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게 나의 관계학 이론이다.
'이혼'은 이제 '결혼'보다 흔한 일이 되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그 상처를 달래가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내 주변에도 '이혼'을 딛고 전보다 더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지금 현재와 이미 지나온 사람들과 앞으로 겪을지 모를 사람들에게 하나의 옵션 같은 책이다.
밥공기 같은 눈물을 흘리고, 길거리에서 울고 다녔던 사람이 단단하게 변해가는 과정들을 읽으며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옵션이다.
같이 산다는 게 쉬운 거 같지만 아주 많이 어려운 일이다.
'가정'을 이룬다는 자체가 마냥 사랑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에 거기엔 '희생'이 따른다.
그 '희생'을 한 사람만 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모르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결혼은 이혼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상실이 또 다른 결실이 된다.
상실의 시대를 거쳐 단단해지면 결실의 시간을 살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걱정이 하나 있었다.
이혼이라는 단어 아래 자신의 분노와 배우자에 대한 험담을 글발 좋게 써서 독자들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드는 거 아닌가?
나는 그런 감정 쓰레기통이 될 준비가 됐나?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나보다 더 성숙한 30대의 그녀는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
'이혼' 경험 없이도 나는 '이혼'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그 말속에 담긴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간접 체험했으니까.
마치 간병 한 번도 안 해보고 간병인의 수고로움을 안 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이혼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섣부른 위로와 알은체를 하는 것이 얼마나 실례가 되는 건지를 배웠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잘 헤어졌고, 잘 아물었다. 물러 터졌던 과거의 내가 정말로 그렇게 바라고 원했던 모습으로 차츰 변하고 있다.
이 문장들로 그녀에게 내 느낌을 전하고 싶다.
잘 헤어졌고, 잘 아물었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당신의 경험을 간접경험한 나 역시 조금 더 성숙해졌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