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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WONDERLAND - 『앨리스』 출간 150주년 기념 디럭스 에디션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승영조 옮김, 마틴 가드너 주석 / 꽃피는책 / 2023년 7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008/pimg_7368641354456030.jpg)
"내 평생 이렇게 요상한 건 처음 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동화책으로만 읽고, 영화로만 봤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완역본을 읽기는 처음이다.
게다가 아주 세세한 주석이 달리고 여러 버전의 삽화가 함께하는 웬만한 벽돌책은 저리 가라 하는 두께의 책을 보면서 다양한 해석들을 마주하는 기분이 참 묘하다.
루이스 캐럴은 소녀들을 좋아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탄생은 세 자매를 태우고 노를 저어가면서 지어낸 이야기였다.
그렇게 들려준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세상에 나온 동화는 오랜 세월 동안 각종 미디어에서 재해석되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008/pimg_7368641354456034.jpg)
한 페이지는 이야기를
한 페이지는 주석으로 가득한 책이다.
다양한 해석과 시대를 반영하는 주석들과 루이스 캐럴의 이야기도 담겨서 마치 루이스 캐럴의 전기를 읽는 기분도 난다.
꽤 두꺼운 벽돌책이지만 다양한 작가들의 삽화로 인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마치 그림책을 보는 기분이다.
앨리스의 다양한 버전과 모자장수와 체셔 고양이의 여러 버전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작가들마다 다른 그림체로 그려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래서 색다르게 읽힌다.
이야기를 읽으며 주석이 나올 때마다 주석을 읽는 것도 좋고
이야기를 먼저 읽고 주석을 따로 읽어도 좋다.
그러나 서문들만은 꼭 먼저 읽기를 바란다. 서문들을 읽으며 이 이야기의 배경과 작가에 대해 세세한 것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앨리스는 실존 인물일 수도 있다.
캐럴의 첫사랑은 리들 세 자매 중 한 명인 앨리스였다고 한다.
캐럴은 세 자매와 종종 놀아줬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베이비시터 노릇을 한 거 같다.
그 자매들 덕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탄생했다.
이 이야기는 제목처럼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사건들로 이루어졌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해석을 가질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많은 작가들의 삽화를 보니 이 이야기가 서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지 알 거 같다.
여러 가지 버전으로 변주된 이야기들도 많고, 아이들용으로 축약된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이 이 이야기를 각양각색으로 해석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어쩜 루이스 캐럴은 가장 단순하게 즉석에서 지어내야 했기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던졌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사람들(어른들)이 살을 붙이고, 시대상을 들먹이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오늘날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완성했는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꿈보다 해몽이 좋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008/pimg_7368641354456042.jpg)
어쨌든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집대성한 책이다.
이 한 권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 앨리스>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진 책이 반품되어 폐기될 뻔했다니 안타깝다.
그래도 이렇게 나에게 와줘서 고마울 뿐이다.
그림들만 봐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거 같다.
게다가 주석들을 읽게 되면 이 말에 이런 뜻이? 하는 의아함도 생긴다.
우리와 다른 세기에 살았던 잉글랜드 독자들 중 옥스퍼드 주민들만 이해할 수 있는 농담들, 그리고 리들 자매와 캐럴만의 농담들이 포함되어 있기에 더 난해하다.
어쩜 그렇기에 수많은 '이상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정말 끔찍해. 어쩜 다들 그딴 식으로 말하지? 진짜 돌아버리겠어"
동화 속 앨리스의 이 말이 지금 현세의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거 같았다.
서로 대화를 하지만 아무도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나, 너, 우리.
어릴 때는 정말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니 이제 익숙해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모두 내 주변인 같다.
나는 그중 누구에 해당될까?
이 아름다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