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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들의 이름짓기
김시래.김태성.최희용 지음 / 파람북 / 2024년 8월
평점 :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이 문장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왠지 이름 함부로 지으면 안 될 거 같죠?
마치 누군가에게 존언을 해줄 거 같은 저 문장은 바로 작명소의 이름입니다.
'살미달라'
이 글을 보면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세요?
'삶이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지은 패션 브랜드의 이름입니다.
'네이밍'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각자 이름에 담긴 고유성 보다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닉네임으로 살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진 시대죠.
이 책 <모든 것들의 이름짓기>에는 이 시대의 트렌드를 담은 이름짓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정말 이 책을 읽으면서 기발한 이름들과 마주할 때마다 감탄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근데 이 이름짓기에도 시대상이 반영된다는 거 아세요?
예전엔 직관적이고 명확한 이름이 유행했다면 지금은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 드는 이름이 유행합니다.
한때 말장난이라고 폄훼 받던 이름들이 이제는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브랜드 이름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 시대에 따라 소비자들의 가치관, 취향, 문화적 배경 등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다양성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눈에 띄는 강렬한 인상을 던져야 하고, 사람들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기 위해 명료해야 하며, 본질을 드러내는 '의미'까지 담아내야 한다.
이름의 공식 (형식적 관점과 의미론적 접근)이 있다.
형식적 관점의 예)
단어 그대로. - 유명 브랜드 네이밍의 50퍼센트 이상은 단어 그대로 사용. '애플', '크라운'
더하기 - 단어 2개를 조합. 어떻게 결합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짐 "또오리" 또 와 오리가 합해져서 또 오리고기를 먹는다는 뜻과 다시 오다라는 재방문의 의미로도 해석됨.
빼기 - 본래 키워드에서 꼬리 자르기. '카톡', '디카'
결합하기 - 단어를 조합하거나 결합하는 방법. "Korea Can Do = 코란도"
생략하기 - 2개 이상의 단어를 조합한 뒤 같은 발음을 생략 - 'Bright'와 'Light'를 더한 뒤 중간 음을 생략한 브랜드는 '브라이트Brite'
의인화 - 상품을 의인화한 네이밍. 캐릭터화할 수 있다. '알라딘', '파파존스'
이중 의미 - 표기에 따라 여러 의미를 지닐 수 있게 하는 네이밍. 'SSG.com'은 신세계 영문 철자 앞 글자를 '쓱'으로 읽게 해 빠르다는 느낌을 주는 광고 아이디어로 활용했다.
연음법칙 - 발음 편하고 시각적 효과를 위한 네이밍 기법. '우리 안의 천사'라는 의미를 Angelinus로 표기한 '엔제리너스 커피'
이름은 사주팔자가 아니다. 시대적 감수성과 마케팅, 창의적 관점이 녹아든 문화 콘텐츠다. 트렌드를 읽고 트렌드를 만드는 트렌드 라이터의 기질에는 호기심과 통찰력, 목표의식이 요구된다.
이름짓기 공식의 예를 보니 느낌이 오시나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이름들을 만나면서 세상의 변화를 느끼는 경험을 했어요.
이름이 특이하다, 독특하다, 이름 짓느라 고생했다 등등의 느낌들을 받으면서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네이밍에도 시대가 담겼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옛날 유행했던 이름들부터 지금 핫한 이름들까지 쓱~ 읽어 보면서 이름 따라 시대도 변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름.
참 쉽게 생각했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이름처럼 산다는 말도 있던데 잘 지은 이름 하나가 삼대를 먹여살리기도 하고 망하게도 합니다.
예전처럼 머리가 새롭지 않아서 최근 들어 새로운 이름 하나를 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참 안 돌아가는 머리 굴리며 애쓰느라 머리가 더 빠졌었는데~ 이 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법칙을 안다고 좋은 이름, 쉬운 이름, 대대손손 기억에 남는 이름을 짓기가 쉽진 않겠죠.
하지만 '이름'이 왜 중요하고, '이름' 잘 짓는 게 왜 필요한지를 잘 짚어주는 책이었습니다.
아마도 작가님 세 분이 모두 광고 회사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살아남으신 분들이라 그런지 글도 쉽고 재밌게 쓰셨네요.
확실히 전문가인 분들은 대중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때 어렵지 않게 전달하죠.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신 분들이 읽어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상호나 브랜드 네이밍이 아니어도 SNS에서 나 자신을 표현하는 이름 짓기에도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저는 이 책에 담긴 빤짝이는 아이디어가 녹아든 이름들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