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꽃 - 강병인 글씨로 보는 나태주 대표 시선집 강병인 쓰다 3
나태주.강병인 지음 / 파람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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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왠지 시가 그립게 느껴진다.

평소에 시어를 접하지 않다가 시를 마주하고 앉게 되면 나도 모르게 진지해진다.

아마도 시가 전하는 느낌을 오롯이 느끼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가 꽃 - 강병인 글씨로 보는 나태주 대표 시선집>

나태주 시인의 대표적인 시들을 모아 둔 것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인데

거기에 한국의 대표적인 캘리그래퍼 강병인의 멋스러운 글씨를 수묵화로 만나 볼 수 있는 책이다.


시마다 다른 글씨체로 적혀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먹물이 뚝뚝 떨어질 거 같이 생동감이 있다.

마치 시어가 살아 꿈틀거리는 느낌이다.







강병인의 글씨로 쓰인 시와 활자로 찍힌 시.

글씨체에 따라 이렇게 선명하게 다른 느낌이 나다니...

비교해 보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느낌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들이 훨씬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묘비명의 시구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의 삶.

언제가 모두가 죽음 앞에서 만나게 될 인생들..

그러니 모두 조금만 참으면 영원히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의 마중을 받을 텐데... 천년만년 살 것처럼 욕심을 덜어내지 못하는 삶들이 훅~ 뇌리를 스친다.

하룻밤 새에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여서 그런지 이 <묘비명>의 시구 앞에서 자꾸 멈칫거리게 된다.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도 남은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예전의 나를 떠올리는 시구 앞에서 한참을 마음이 서성거린다.

그림도

음악도

너를 생각하는 마음도

모두 잊고 살고 있는 지금이니까...

부드럽고

온기를 가진 나태주 시인의 시들이

강병인의 힘찬 글씨와 만나 다른 감각을 깨운다.

글씨체의 힘이 느껴지는 시집이었다.

글씨체로도 시를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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