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셰에라자드 2 : 장미와 단검
르네 아디에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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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취한 여자 백 명의 목숨을 바쳐라. 새벽마다 한 명씩. 하루라도 바치지 않는 날에는 너의 꿈을 송두리째 빼앗을 것이다. 너의 도시를 빼앗을 것이다.

그리고 너에게서 이들의 목숨도 천 배로 빼앗을 것이다.





딸을 잃은 아비의 저주에 걸린 할리드.

그래서 첫날밤을 보내고 신부를 죽였던 호라산의 미친 젊은 왕, 괴물, 살인자 할리드.

그러나 셰에라자드만은 죽이지 못했던 할리드.

잠들지 못하고 점점 죄어오는 고통과 홀로 맞서는 할리드에게 셰에라자드는 손을 내민다.

혼자 감당하지 말라고.

함께 헤쳐나가자고...






"이건 당신이 결정할 일이 아니에요, 할리드. 결정은 내가 해요. 나 혼자서."



이 주체적이다 못해 고집스러워 보이는 셰에라자드와 왕비를 모시는 하녀지만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왕비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이는 시녀이자 첩자 데스피나.

지켜줘야 하는 어린 동생으로 보이지만 약초를 다룰 줄 알고, 사랑을 향해 다가갈 줄 아는 용기 있는 이르사.

술탄인 아버지에게 맞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야스민.

<새벽의 셰에라자드>에는 남자들 못지않게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넘쳐난다.

순종적이고, 다소곳하며, 남자가 구해주기를 기다리기만 했던 디즈니 공주들이 보면 놀라 자빠질 캐릭터들 앞에서 뿌듯함이 샘솟는다.

그래.

내가 셰에라자드였다면,

내가 데스피나였더라도,

내가 야스민이라도,

내가 이르사였어도,

나는 그들처럼 했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길 마냥 기다리면서 시간을 죽이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뭐라도 했을 테지.

그냥 예쁘게 앉아서 나를 구해줄 왕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할리드의 저주를 풀기 위해 셰에라자드는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불의 신전으로 향한다.

그곳의 마법사에게 저주를 풀어달라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 도움엔 대가가 필요하다.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사막엔 용병과 사막의 기마병들이 운집하고, 괴물 왕을 죽이기 위한 모의가 시작된다.

딸을 잃은 시바의 아버지는 복수를 꿈꾸고, 셰에라자드를 구하려는 아버지는 마법의 힘을 빌려 도시를 파괴한다.

그리고 그 힘에 취해 셰에라자드를 배신하게 된다.

남자들이란...

권력이, 힘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이 어리석은 생각들 때문에 평화와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사라지고, 많은 사랑들이 갈가리 찢긴다.

자신들의 것을 지키기 위해 아무런 연결점이 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가야 하는 전쟁을 아무렇지 않게 명령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사랑을 위해

자신의 백성을 위해

위험함을 무릅쓰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굴의 의지

다혈질에 독설가이지만 의리 빼면 시체인 셰에라자드.

라힘의 운명 앞에서 절로 눈물이 떨어지고

이 안타까운 상황이 자제심 없는 친구로 인한 것이라 더 슬프다.. (타리크 좀만 참지 그랬니!)

사막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마법과 저주의 대향연~

<새벽의 셰에라자드>



사막이라는 색다른 배경에 남자들에게 기죽지 않는 여성 파워와 심지가 굳은 남자의 무게감이 더해진 로맨틱판타지.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셰에라자드와 할리드의 철벽같은 사랑이 주를 이루지만 이르사와 라힘의 수줍은 사랑도 마음을 울려준다.

잠시 아름다운 꿈을 꾼 기분이다.

잃었던 옛 감성에 젖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도 이런 로맨틱한 판타지 참 좋아했었는데...

어느새 피 터지는 장르만 섭렵하게 되었네...

가끔

이 왈가닥스러운 셰에라자드와 살벌해 보이지만 따스한 할리드가 보고 싶을 거 같다.

그럴 때마다 꺼내봐야지~

간만에 사막같이 버석버석한 마음에 달달한 사랑 한 스푼과 진한 마법 한 스푼을 첨가했다.

마음이 달그락달그락 사부작사부작 모래밭을 거니는 느낌이다.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밤하늘을 맘껏 누려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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