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의 두건 - 캐드펠 수사님 너무 관대하시다~

수도사의 두건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하지만 무턱대고 의심하기보다는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오. 누군가를 미리 찍어놓고 벌이는 표적 수사가 아니라, 정황에 들어맞는 사람은 누구든 조사하는 수사를 벌여야 한단 말이지."

전편에서 내란 때문에 시끄러웠던 수도원과 마을.

이제 그 여파로 해리버트 수도원장의 임기가 끝날 위기다. 교황사절 종교회의에 참석하러 떠나게 된 수도원장의 자리를 냉큼 집어삼키려는 로버트 부수도원장의 뻔뻔스러움은 주는 거 없이 밉살스럽고, 그 밑에서 딸랑딸랑 종처럼 구는 제롬 수사도 눈에 가시처럼 보인다.

암튼 수도사들 사이에서도 질투와 시기심이 하늘을 찌르는 가운데 멋진 장원을 수도원에 기부하고 자신들의 노후를 수도원의 사택에서 지내고 싶어 하는 지주가 있다.

수도원장이 공석이기에 장원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새로운 수도원장에게 맡기기로 하고, 일단은 지주 부부와 하인 2명이 사택에 입주하게 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수도원장에게 바친 메추라기를 부수도원장에게 요리해 바쳐야 하는 페트러스 수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고, 부수도원장은 메추라기 요리를 사택에 입주한 보넬씨에도 나눠주는데 그 메추라기 요리를 먹은 보넬씨가 그만 죽고 만다...

아! 캐드펠 수사의 첫사랑이 바로 보넬의 부인이었다니!

캐드펠은 보넬이 자신이 만든 관절염 약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다.

수도사의 두건이라는 투구꽃으로 만든 관절염 약은 독성이 강해서 관절염에는 효과가 좋지만 조금만 체내에 흡수가 되면 치명적인 독이 된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자가 보넬의 음식에 그 약을 넣었다!

같은 음식을 먹은 로버트 부수도원장에게도 큰일이 벌어지길 기다렸으나~~~ 그는 멀쩡했다.

나는 왜 주는 거 없이 이 로버트 부수도원장이 미운 거냐~~~

암튼

캐드펠의 첫사랑 리힐디스의 아들이 보넬을 죽인 범인으로 낙점되고 리힐디스는 캐드펠에게 아들의 누명을 벗겨 달라 요청하는데 재수 없는 제롬 수사는 캐드펠 형제가 첫사랑을 만나서 마음이 흔들리는 거 같다며 캐드펠을 위하는 척하면서 까대기 바쁘고, 부수도원장은 그런 캐드펠에게 금족령을 선사한다.

호랑이가 없는 숲에선 여우가 왕이라더니 금세라도 수도원장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부수도원장의 콧대를 과감하게 꺾어버리는 해리버트의 악행(?)이 속 시원하고.

전편에서 캐드펠과 두뇌싸움을 벌였던 휴 베링어가 이번에는 캐드펠을 도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준다. 앞으로 이 두 사람의 캐미가 돋보일 일들이 많이 생길 거 같은 예감이 든다.

그나저나 캐드펠 수사님!

범인에게 엄청 관대하십니다~

어쩜 그 시대였기에 그런 일도 가능했겠지요.

주어진 관대함에 어긋남이 없도록 참회하는 삶을 살아가길 같이 빌어보는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