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
이묵돌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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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인간에게 있어 그것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며, 여전히 최초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인간에게 있어 그것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며, 여전히 최초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설 속의 소설로 풀어내는 SF 속 이야기들은 지나간 추억들과 함께 인간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준다.

어떤 것도 현실이 아니지만 소설 속 소설가 역시 현실은 아니다.

그러나 그 소설가는 현실에 살고 있음이다.

프롤로그부터 작가의 말까지 한 페이지도 낭비 없이 읽어 볼 소설집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는 동명의 소설을 읽었을 때 비로소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거 같았다.

제목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의 제목이다.

핵 전쟁으로 파괴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거 같아서 읽고 나서 잠시 그 행동의 의미를 곱씹어 봤다.

"너무 바보같이 똑똑했어."

우린 지금 너무 바보같이 똑똑한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거 아닐까?



달의 뒤편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상상하던 달 토끼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루나리안인들이 원했던 무언가는 있지 않을까?

결국 인간의 욕심으로 달 표면 밑에서 고이 잠들어있던 마그마가 폭발했으니 지구는 이제 밤하늘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아이돌스타.

미래가 정말 그렇게 변해간다면 나는 이 시점에 그냥 머물고 싶다고 생각했다.

AI에게 모든 걸 빼앗긴 매튜조차 안드로이드였다는 사실이 소름 돋게 와닿는다.

저 미래엔 인간이라는 게 정말 존재할까?




자신이 창조한 기계, 그 기계가 가진 일관성과 항상성을 열망해 왔던 인류는, 끝내 그 자신이 기계가 됨으로써 원하던 것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본 헤드>가 전하는 바는 가볍게 흘려버릴 수 있지만 인간으로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앞으로 이런 세상이 곧 도래하게 될 거 같으니까.

처음엔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도 새로운 삶을 살 기회가 되겠지만 이 기술이 성형처럼 생각하게 될 날이 올 테고 그럼 완전한 사람도 아니고 완전한 기계도 아닌 존재들로 이루어지는 세상이 올 텐데 그 안에서 인간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존재하게 될까?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제목이 참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작가의 말까지 읽고 나니 이 소설집 전체가 다르게 느껴진다.

이묵돌이라는 작가는 정말 관악구에 살고 있는 실존 인물일까?

아니면 인공지능의 바다 어떤 곳에서 카누를 타고 잠시 등장했다 사라지는 찰나의 생각일까?

눈앞에서 사라진 편집자처럼

존재하고 있던 공간의 모든 배경이 사라진 캄캄한 블랙홀에 혼자 서 있는 작가의 모습처럼

어쩜 우리 미래는 블랙홀 속에 빨려 들어간 수많은 이야기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홀도 분명 어딘가 배출구가 있을 테니...

모든 이야기에 남겨진 작가의 소설가의 메모는 또 다른 생각거리였다.

신선한 이야기의 집합체가 어쩌면 쳇 GTP가 초고를 쓰고 작가가 살을 붙이고 다듬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다각도로 독자를 홀리는 영리한 구성의 소설집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

새로운 미래를 느껴보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단편집이다.



"저는 인간성이야말로 새로운 SF의 본질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미래에도 살아남으려면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어야 할 "인간성"

이것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그게 바로 우리의 숙제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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