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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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었지만, 문체나 가독성에 치중해서 정작 작가를 읽지 못했다. 작가가 작품에 몰입했던 것처럼 독자에게도 인내심이 필요했다. 작가가 간절하게 말하려 하는 목소리를 찾아내는 것도 독자의 몫이다.

나는 독자도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긴 지 6년째다.

요즘 들어 예전의 감각을 자꾸 잃어 가는 거 같아서 스스로 반성하는 중에 이 책을 만났다.

책을 읽고 그 책에서 느낀 것들을 잡아내어 나만의 감각으로 그것을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계속 되풀이되는 것은 매너리즘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내가 쓴 서평들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고, 이쯤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했다.

이만큼 썼으면 나만의 '무엇'이 있어야 했는데 그게 사라지고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그만해야 하나를 고심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가끔 첫 문장은 첫사랑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첫사랑이 각인되듯 첫 문장은 소설을 지배한다.

누군가에게 평생 잊히지 않는 사람도 괜찮은 생을 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김미옥은 평생 책을 읽은 분이다.

작가가 되기를 꿈꾸었지만 누군가의 작품을 읽고 그것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신선했다.

책에 대한 언급 없이 책을 얘기하는 방식이.

책을 언급하면서 책이 아닌 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그녀가 책에서 찾아내는 낯선 감각이 내게 닿는 느낌이 좋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기>라는 책의 서평을 읽으며 이 책을 읽어 보지 못한 나는 그래도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이해가 되었다.

그녀의 설명엔 군더더기가 없고, 젠체하지 않으며 간결한 맛이 있다.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지면서 독자의 시점에서 하나의 관문을 더 넓힌 기분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는 이미 나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바로

충분히 음미하지 못했다. 이다.

책을 읽고, 음미하고, 정리가 된 다음 글을 써야 하는데 그 중간 과정을 삭제하고 바로 리뷰를 썼으니 책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질 리 만무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은 남들이 알아낸 거 외에 나만이 느낀 것을 다듬어 내놔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잊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김미옥 선생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김미옥 선생만의 그 무엇이 담긴 서평은 책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책에 담긴 김미옥 선생의 이야기는 또 다른 책들을 내 앞에 가져다 놨지만 그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숙제가 아님을 안다.

다양한 읽기를 통해서 써 내려간 글은 그래서 잡학 상식 같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저자의 글이 늙어가는 뇌에 자꾸 주름을 만들어 주는 거 같아서 무더위에도 기운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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