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콰트로스 - 내전편
우석훈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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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피어나고, 화려하게 지는 삶. 그렇게 인류는 더 짧고 더 강렬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사포엔치 바이러스가 호모 사피엔스를 죽음으로 몰아가던 때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생명체들이 태어난다.

호모 콰트로스라 불리는 신 인류는 강한 체력과 빠른 성장을 하지만 수명이 4년밖에 되지 않는다.

울산을 근거지로 삼은 호모 콰트로스는 호모 사피엔스들이 모두 사라지고 4년의 수명으로 살아간다.

짧은 삶은 많은 것들을 간소화 시켰다.

4년을 알차게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간결한 삶이 이루어지는 2151년.

울산 공화국은 호모 콰트로스들이 살아갈 터전이 되었고, 서울에 사는 호코 콰트로스들은 상업에 전염하게 된다.

생산은 울산에서 장사는 서울에서.

서울에서 장사로 터전을 닦은 한성기업의 오너는 죽기 전 자식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너희는 이제부터 우리 호코 콰트로스의 수명을 늘리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도록 해라. 길게도 아니다. 일단은 2년만이라도 더 살 수 있게 하자."







4년에서 6년으로 생명을 더 연장하는 호모 섹스투스법을 통과시키려는 서울의 한성유통.

자연의 순리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진 울산 공화국 사람들.

이 두 집단이 선거전으로 맞붙기 시작해서 쿠데타를 일으키고 자신들의 욕심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그 모든 순간순간들을 보면서

그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아 조금의 풍요를 되찾았다고 또다시 욕심을 부리는 인간의 모습을 본다.

돈 가진 자들의 욕심이 또 다른 욕심을 불러오고 한순간에 체제를 전복시키는 이야기 앞에서 우리의 역사가 언뜻언뜻 느껴지는 게 더 소름 돋는다.

경제 학자가 쓴 SF 소설의 소재는 특이하게 현 인류가 말살되고 새로운 인류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4년의 인생에서 급격한 성장과 급격한 노화를 겪는 인류에겐 '욕심'을 가질 시간이 없다.

그날그날을 행복하게 살자는 신념을 가진 김다익의 모습이 이 이야기의 핵심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그러나 '부'를 축적한 이들은 생명 연장을 원한다.

2년을 더 살면 뭐가 더 나아질까?

자연적으로 생긴 호모 콰트로스에게 부여된 생명이 4년인 까닭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인간.

모든 것이 인간 중심이었던 세상이 리셋되고 살아남은 인류라는 걸 잊은 인간의 수명 연장의 욕망 앞에서 역사를 자꾸 망각하는 인간의 본성과 마주하게 된다.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의 SF 소설 <호모 콰트로스>

AI가 어떤 사람의 지식을 전수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삶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AI 현아, AI 천수, AI 다익

이 세 가지 버전의 인공지능의 활약을 보면서 미래 세상을 준비하지 못하고 바로 그 세상으로 뛰어드는 지금의 현실이 참 불안하게 느껴졌다.

어떤 생각을 학습하냐에 따라 인간에게 주는 도움이 다르게 작동되니 말이다.

아주 짧게 짧게 끊어서 전개되는 이야기 때문에 더 긴박감이 느껴졌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소재의 이야기라서 굉장히 신선했다.

반려동물보다 짧게 사는 인간.

내가 호모 콰트로스 라면 나는 울산 공화국의 편에 설까, 아니면 호모 섹스투스 법안을 지지하는 서울 편에 설까?

여러분들의 생각은?

가족들과 또는 친구들과 또는 독서모임에서 같이 읽고 의견을 나누면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질 거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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