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벽화도 찾았다.
커다란 뱀이 수많은 사람을 잡아먹는 모습이... 빨간 눈인가?
주인공은 섬을 탈출하려 하지만 절대 섬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섬에는 주인공이 모르는 괴물이 있었다.
주인공이 터줏대감이라 이름 붙인 커다란 새는 새끼 세 마리를 데리고 둥지에 산다.
그리고 빨간 눈이라 이름 붙인 머리 두 개 달린 괴물이 호시탐탐 주인공을 노린다.
주인공은 사슴도 잡고 멧돼지도 잡으며 섬 생활에 익숙해지지만 누군가 주인공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탈출 시도를 하다 다시 섬으로 떠밀려온 주인공은 오래된 동굴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벽화를 발견하는데 이 섬에 살던 사람들이 공격받는 모습을 그린 벽화였다.
아무것도 없는 섬인 줄 알았지만 이곳은 일찍이 문명이 발전했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어쩌다 그 문명이 다 파괴되었을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주인공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여동생을 그리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빨간 눈이 습격해오고 터줏대감의 도움을 받은 주인공은 목숨을 구한다.
이대로 가다간 탈출하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전에 발견한 동굴 속에 있던 기름을 생각하고 빨간 눈을 그쪽으로 유인해서 태워 죽이는 계획을 짠다.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단순한 섬 탈출기로 생각했던 이야기는 100일이 지나고 난 뒤에 담긴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 때문에 한층 더 다이내믹해진다.
100일의 일기 어디쯤에 요상하게 등장했던 생명체가 있었는데 그 생명체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 이야기는 단순한 표류기에서 갑자기 SF적 모드를 장착한다.
우주선의 고장으로 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은 고향에 돌아갈 날들을 고대하며 이 섬에 있는 특별한 돌에 표식을 새겨 자신들의 힘을 돌에 옮겨 우주로 신호를 보내려 한다.
그러나 이 섬의 깊은 동굴엔 괴물이 존재하고 있다.
섬에 살고 있는 원숭이 닮은 꼴 부족들은 그 괴물과 소통하면서 점점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외계인들은 이 섬을 탈출할 수 있을까?
팬데믹 기간 동안 트위터에 올린 그림과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100일간의 무인도 표류기>
트위터에 올려진 그림은 확대해가면서 숨겨진 그림들을 찾아내는 맛이 있었을 거 같다.
하지만 종이에 그려진 그림에선 두 눈을 부릅뜨고 돋보기를 비춰가며 숨겨진 그림들을 찾아내야 할 거 같다.
이 독특한 책을 보면서 단순한 생각을 했던 나는 허를 찔린 기분이다.
100일째 섬을 탈출하는 걸로 끝날 거라 지레짐작했었는데 그 외에 부록처럼 감춰진 이야기 때문에 무인도 표류기의 정체까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 마법에 걸려버렸다.
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은 독자가 할 일이다.
그렇게 보면 이 책에서 무수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주인공이 배를 타게 된 이야기가 뒷부분에 나오면서 이야기가 또 다른 각도에서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단순한 그림책 정도로만 생각했다가 다양한 즐거움을 맛보게 되는 책이다.
아이들과 친구들과 가족들끼리 그림 속에 숨겨진 캐릭터들을 찾아내고
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더 즐겁게 책을 읽는 방법일 거 같다.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