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여행지에서 만났던 많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헤라트 여행기에 나온 고하르 샤드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녀에 대한 기록은 별로 없지만 역사학자답게 바이런은 고하르 샤드의 행적을 이야기해 준다.
80이 넘도록 살면서 왕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이루지 못한 고하르 샤드의 이야기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여성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음을 말해주는 거 같아서 신선했다.
10개월에 걸친 긴 여행길은 다사다난했지만 그는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
그러나 2차대전 당시 36세였던 그는 서아프리카로 가던 중 독일 잠수함의 공격을 받아 요절했다.
유해는 찾지 못했다.
어쩜 그는 우리가 갈 수 없는 바닷속으로 여행을 떠난 게 아닐까...
그가 그때 죽지 않았다면 서아프리카에 대해서 어떤 여행기를 남겼을지 궁금하다.
아프리카 역시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곳들 중 하나이기에 바이런이 본 아프리카의 모습이 어땠을지 아쉽기만 하다.
제법 두께를 자랑하는 여행기지만, 이슬람 문화권에 대해 별 지식이 없는 나였지만, 그래서 더 신선했다.
알지 못하고, 가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들이 그 지역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나의 관념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편견 없이 여행기를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바이런이 그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이 잘 읽히는 거 같다.
매일매일의 기록이 그의 성실함을 말해주니 이 여행기는 믿고 읽어도 되는 여행기다.
여행을 다녀와서 기억에 의존해 쓴 글이 아니라 그날 그날 보고, 듣고, 느낀 것의 기록이기에 1933~1934년 동안 로버트 바이런이 걸어갔던 그 길에 대한 생생한 날것의 기록이다.
나는 그 점이 <옥시아나로 가는 길>을 가장 빛나게 하는 요소인 거 같다.
두께에 겁먹지 마시길.
익히 아는 세상이 아닌 잘 몰랐던 세상에 대한 이야기.
영국인이 아닌 세계인으로서 쓴 여행기로 점수를 팍팍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