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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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분야에도 책임져야 할 죄들이 있다.

<걸리버 여행기>, <로빈슨 크루소>에 영감을 주고 찰스 다윈이 제자로 자처한 사람은 윌리엄 댐피어다.

그는 탁월한 기록가였지만 해적질을 일삼으며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것들을 수집하고 기록했다.

그는 <새로운 세계 일주 항해> 여행기를 썼다. 박식하고 세심한 동시에 머리털을 곤두서게 하는 요소까지 갖춘 그의 글은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었지만 그의 해적질은 용서받지 못했다.

그의 글 솜씨로 최초로 토네이도에 대해 묘사했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한 기록은 없다.



과학을 더 나은 인생을 가져다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여겼던 흰개미집 연구자 헨리 스미스먼은 그로 인해 노예 무역을 이용했다.

유럽의 박물학자들은 노예 무역을 활용해 낯선 나라로 채집을 가거나 노예 무역상들에게 채집을 부탁했다. 노예 무역선은 노예만 들여온 게 아니었다. 그 나라에만 있는 특정한 것들을 채집해서 본국의 박물학자들에게 넘겼다.

그로 인해 분류학의 아버지인 칼 폰 린네가 <자연의 체계>라는 책을 쓸 수 있었다.

과학이 신사가 될 수 있는 확실한 길이었기에 헨리 스미스먼 같은 사람들도 많았으리라..




과학과 의학의 눈부신 발전이 모두 공정한 연구에 의해서 이루어졌을까?

저체온증의 치료를 위해 참고할 자료가 나치의 생체실험이라면?

위대한 과학자 에디슨이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했던 전기 실험으로 개 44마리, 송아지 6마리, 말 2마리를 죽였다면?

군인들 사이에 만연한 성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험자에게 매독균을 주사한 공중보건국 존 커틀러는 무엇을 위해 이런 일을 벌였을까? 개인을 위해, 아니면 국가를 위해?

클레오파트라는 정말 아기의 성별을 구분하기 위해 시종의 배를 갈랐을까?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해 백질 절단술이라는 수술법을 발명한 모니스가 정신병원 환자들을 상대로 벌인 뇌를 휘젖는 일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샘 킨은 과학과 의학계에서 벌어진 놀라운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읽고 있는 내 눈이 의심스러운 일들이 실제로 벌어졌던 일들이라니 두렵다.

그들은 왜 그런 일들을 했을까?

우리는 이제껏 그러한 희생과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른 사람들로 인해 발견된 것들을 은연중에 미화 시키고 있지는 않을까?

불과 3년 전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맞았던 백신 주사는 정말 안전한 걸까?

우리 모두가 미래인들을 위한 마루타가 되었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 담긴 끔찍한 사실들은 누군가의 묵인하에 이루어졌다.

그 누군가는 무지한 대중일 수도 있고, 자신의 영광을 위한 연구원일 수도 있고,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이뤄졌던 은근한 압력일 수도 있다.

최근에 '삼체'라는 드라마가 방영 중인데 그 이야기에서 한 과학자의 욕망이 외계인을 지구로 불러들인다.

그 과학자 역시 한순간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뒤에 올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외계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책에 언급된 과학과 의학에 종사했던 사람들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살아있는 동물에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들에게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 방식을 강행했다.

그리고 그 일에는 명암이 존재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이 떠오른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과학의 잔혹사>를 읽고 나니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 당시에도 논란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강력한 제지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용인과 묵인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쉬웠을 것이다. 인류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하지만 지금 어딘가에서도 남모르게자행되고 있을 '어떤 욕망'이 미래의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학 잔혹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생각거리를 준다.

과학과 의학에서 윤리를 더 강화해야 할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문제 제기를 해야 할 때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가 마지막에 던진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미래가 과거 보다 더 잔혹하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

어디선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도 뭔가 비윤리적인 행동을 저질렀을 것이다. 이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경계 태세이다.

과학의 어두운 역사를 말해서인지 과학 스릴러를 한 편을 읽은 기분이다.

지어낸 이야기 보다 현실의 이야기가 더 잔혹하다는 걸 한 번 더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 <과학 잔혹사>

샘 킨의 다른 저서들도 덩달아 궁금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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