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오더 - 우나의 뒤죽박죽 시간여행
마가리타 몬티모어 지음, 강미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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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었을지 몰라도 그녀의 마음이 지나온 길은 보여주지 못했다. 주름진 얼굴, 불어난 살집, 흰머리를 감추려고 염색한 머리. 몸은 그녀의 것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늘 따로 놀았다. 언제나 동동거리며 뒤죽박죽 엉긴 삶의 조각들을 다시 끼워 맞추려 애쓰기 바빴다.




20살 생일을 앞두고 새해맞이를 하던 그 순간 우나는 타임리프를 한다.

그녀가 도착한 시간대는 2015년 1982년에서 2015년으로 19살에서 53으로 인생을 건너뛴다면 어떤 기분일까?

매년 생일마다 리프를 하는 우나.

어느 시간대로 갈지 알 수 없지만 늘 그녀 곁에는 엄마 매들린이 있다.

자유분방하고 개성 강한 엄마 매들린만이 우나의 리프를 알고 있다.

그리고 2015년에 우나를 맞이한 남자 켄지도 우나의 리프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손목엔 언제 새겼는지 알 수 없는 문신이 있다. 모래시계와 M, D, C, R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지만 언제 했는지, 무엇 때문에 했는지 모른다.

2015년 1년 동안 우나는 켄지와 매들린의 도움을 받으며 첫 리프의 충격을 가라앉히지만 매년 돌아오는 생일이 두렵기만 하다.

어느 시기로 떠날지 알 수 없음으로..

우나의 뒤죽박죽 시간 여행이라는 부제처럼 인생을 정주행하지 못하고 뒤죽박죽으로 살게 되는 우나.

우나의 리프를 따라가면서 나도 그 시간대의 나에게로 리프 해본다.

나는 그때 무엇을 했는지,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잃었는지...





이렇게 각기 다른 역할을 맡아 지내야 하는 것도 피곤했고, 번번이 이전 우나의 처지를 헤아리는 일도 피곤했다. 여자친구, 클럽 죽순이, 투자자, 아내, 세계 여행가.... 그리고 지금의 그녀는 어머니였다. 그보다 더 주눅들게 하는 역할은 없었다.



새로운 나이대로 리프 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남긴 메모를 보게 된다.

한 해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팁이 주어지지만 늘 그대로 되지는 않는다.

처음 리프 한 때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그것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마음에 준비도 없이 듣게 되는 과거에 일어난 일들, 좀 전까지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의 부재

아무런 기억 없이 갑자기 50대가 되어 낯선 환경에 던져진 충격.

자신을 배신한 남자와 이혼했지만 결국 그 전해로 돌아가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

자신의 첫사랑인 데일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는 충격적인 사실.

그 아이를 입양 보낸 게 자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우나의 심정.

이 모든 엉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알 수 없는 일 년 살이 인생.

"엄만 내 삶에 혼란을 더하는 게 아니었어요. 색깔을 더했던 거지."

다른 엄마들과 달랐던 엄마의 존재.

남들과 똑같은 패턴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가르쳐 줬던 엄마 덕에 우나는 매년 다른 시간대를 살게 되지만 잘 적응했고, 매번 다른 길을 찾으려 노력했다.

이 이야기는 어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과거나 미래로 타임리프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매년 자기 생일마다 다른 시간대로 타임리프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인생을 시간순으로 살지 못하고 시간을 뒤죽박죽으로 살게 되는 우나의 인생을 맛보면서 나라면 어떨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20살 생일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내 인생을 바꿀 무언가를 하지 않을까?

우나의 시간은 그렇게 흐르지 않는다. 같은 시간대로 돌아가지 않으니까.

미래를 안다고 해도 우나는 그걸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찾고자 할 뿐이다.

이 이야기는 매 챕터마다 한 곡의 음악으로 시작한다.

그 음악이 이야기를 관통한다.

다양한 음악적 취향과 함께 삶에 대한 태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 누구도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행복과 함께 불행조차도, 고통까지도, 슬픔마저도 인내하려 한다.

뒤죽박죽 살게 된 인생이어도 1년 단위로 최대한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산다는 컨셉이 처음엔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 갈수록 우나의 선택들이 달갑게 느껴졌다.

남들 가는 대로 가 아닌 다른 길에서 인생의 고비를 넘기는 우나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거 같다.

일 년 살이 인생

그 안에는 슬픔에 잠긴 해도 있고

통제불능의 해도 있고

아까운 사람을 놓친 해도 있고

빤한 인연임을 아는데도 그대로 답습하는 때도 있고

쉬어가는 때도 있고

사랑으로 넘치는 때도 있고

너무 많이 알아서 고통스러울 때도 있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고

모든 걸 감당해야 할 때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모여서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는 것...

<아웃 오브 오더>는 주어진 시간에 스스로의 삶을 살라는 얘기 같았다.

누군가 정해준 틀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틀 속에서 스스로 찾아내는 인생의 값진 것들로 삶을 채우라는 얘기 같았다.

독특한 이야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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