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때부터 마담 흑조는 탐정에 소질이 있었다.
밝고 찬란했던 천연주의 모습이 2년 사이에 온데간데없고 귀신 보다 못한 파리한 모습으로 바뀐 게 못내 궁금한 상미였지만 왜 그런지를 물어보지 못한다.
그들은 상미 일행을 미행하는 회색 중절모를 쫓지만 잡지 못하고 허탕을 치고 만다.
그렇게 상미 일행은 무사히 일본행 배에 오른다.
그러나 회색 중절모의 사나이는 왜 그들을 미행했을까? 마담 흑조는 정말 그 회색 중절모를 놓쳤을까?
세 편의 이야기는 제목부터 어딘지 모르게 기묘함을 품고 있다.
그리고 마담 흑조의 밝혀지지 않은 과거가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게다가 마지막 장 기차에서 만난 '유리'라는 남자는 그 예리한 마담 흑조의 모든 걸 알고 있는 거 같다.
그 남자는 어떻게 마담 흑조의 예리함을 피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냈을까?
궁금증만 남기고 끝난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1928년 부산을 배경으로 벌어진다.
신비로운 옛날이야기와 사사로운 사건들과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버무려진 이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은
다음 편을 고대하게 만든다.
21세기에 만들어진 19세기 탐정 마담 흑조의 이야기가 왠지 롱런할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무경 작가는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의 작가이다.
이 작품을 읽어 보지 못했지만 마담 흑조를 읽고 나니 전작도 읽어 보고 싶어졌다.
우리에게도 고전적 위대한 탐정이 탄생한 느낌이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묘한 매력을 가진 마담 흑조의 다음 이야기를 빨리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