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약 금지 -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의 변화하는 한국을 읽는 N가지 방법
콜린 마샬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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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해서 우리는 우리의 시선보다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시선을 궁금해한다.

밖에서 한국을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항상 '그것이 궁금하다'

이유가 뭘까?

한국에서 유행이 얼마나 빨리 자나가는가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이 그 유행에 얼마나 민감한가일 수 있다.

한국인들은 늘 어느 정도 유행을 따라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 것 같다.



토종 한국인들보다 더 많이 한국의 다양한 면에 관심을 가진 저자 콜린 마샬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사실들까지 깊이 있게 알게 되어 우선 놀라웠다. 저널리스트라는 그의 직업정신도 있었겠지만 얼마큼 관심을 가져야 이런 사실들까지 꿰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한국에서 살아온 지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기고했던 글들을 책으로 엮으며 편집부는 이 책의 제목을 <한국 요약 금지>로 정했다.

제목 때문에 궁금했던 책이었다.

과거부터 주변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서 그런지 우리는 우리 자신의 믿음보다는 외부의 칭찬이나 믿음을 더 중요시 여기며 산다.

지금 한국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국가이며 문화강국의 토대를 쌓는 중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 것을 지키며 그 토대 위에 새로운 것을 쌓기 보다 다른 나라의 것을 차용하고 있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콜린 마샬은 정곡을 찌른다.

이탈리아 카페를 모방한 스타벅스를 모방한 카페들이 즐비하고, 국산 자동차 보다 외국제 차들이 넘쳐나고, 전통 가옥들보다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고층 건물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모든 인구와 문화가 서울 중심인 나라다.

이런 모습은 부정적이고 안타까운 모습이자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 가야 할 구시대의 산물들이기도 하다.




최근 글로벌 미디어가 파악한 트렌드를 보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여러 개인의 자살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자살이 있다. 그건 바로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자살'이다.



많은 사회는 인류가 오랜 기간 발전시켜온 여러 요구가 갑자기 그저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전락해버릴 때마다 어려움에 직면했다. 대한민국은 어떤 답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한국에 살다 보면 이전에 살던 나라에서 사용하던 모든 물건이 한국판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최신 K-pop보다는 80~90년대 가요를 좋아하고, 일본과 한국과의 오랜 감정싸움도 잘 알고 있고, 한국의 민주화 운동의 본거지인 신촌에서 생활하며 여러 독서모임에도 참석하고, 우리말 겨루기를 즐겨 보고, 떡튀순을 좋아하며, 한국 영화와 책에도 조예가 깊다.

나보다 짧은 시간을 한국에서 보낸 사람인데도 나보다 한국의 정세를 잘 꿰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한국은 이런 나라라고 단정 짓지 않는다.

한국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고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우리가 잘해낼 거라는 것도 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우리가 외국인들의 시선에 왜 그리 신경을 쓰는 건지, 왜 그들의 반응에 민감한지에 대해 마음이 쓰였었다.

<한국 요약 금지>를 읽으면서 그 답답함에 대한 답을 얻은 거 같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검증하기 보다 다른 나라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잘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거 같다.

좁은 땅덩어리에 살면서 수많은 곡절을 겪으며 5천 년 역사를 이어 온 대한민국인들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한반도의 좁은 시선이 아닌 세계인의 시선으로 검증받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가 잘 해나가고 있는지.

우리가 우리 것을 잘 지켜내고 있는지.

우리가 우리 것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것을 잘 섞어가며 살고 있는지.

이 좁은 땅에서 태어난 수많은 재주꾼들이 자신들의 활동 영역을 잘 넓혀가고 있는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콜린 마샬은 이런 한국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 같다.

그의 글은 무조건 비판적이지도 않고, 무조건 칭찬만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런 걸 예상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몰랐던 우리를 만났던 시간이었다.

내가 몰랐던 나 자신을 친하다고 생각해 보지 못했던 주변인에게 정확하게 확인한 기분이다.

그래서 마음이 즐겁다.

문제가 많고, 화나는 일들이 많은 요즘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늘 옳은 길로 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임을 <한국 요약 금지>로 확인했으니까.

그리고 그걸 알아주는 지인이 있다는 사실이, 그 지인이 감정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한국은 긴 역사 너머로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살아낸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끈기와 인내와 재주가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나라다.

그러니 엄청난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그것을 잘 넘어갈 수 있는 생존의 기술을 가졌다.

이 스킬을 발전시키고자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갈구한다.

단 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만큼 사람들의 정서와 생각들도 빠르게 바뀌었다.

그 간극에서 벌어지는 대립은 우리가 쌓아온 스킬로 잘 넘겨야 하는 고비다.

한국에 오래 살수록 궁금해지는 것은 바로 이 나라가 마침내 스스로의 힘을 깨달았을 때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것이다.

나도 이것이 궁금하다.

지금 우리는 우리의 힘을 깨달아가는 와중에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견뎌낼 것이다.

한국인은 위기에 강한 민족이니까.

한국을 겉만 훑고 쓴 글이 아니라 뼛속까지 우려낸 느낌의 글이다.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이 어떤 곳인지 다른 나라 사람의 눈으로 검증받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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