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 망망대해를 헤매는 고독한 작가를 위한, 르 귄의 글쓰기 워크숍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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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작가는 내면의 귀로 자신의 글을 듣는 훈련을 해야 한다. 쓰면서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로 글쓰기에 대한 열망의 불꽃을 일으켰다면 <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로 글쓰기의 기술을 연마하면 좋을 것이다.

 

이 글은 르 귄이 진행했던 글쓰기 워크샵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르 귄의 글쓰기 조언과 가이드, 연습 문제와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들 그리고 합평회에 관한 가이드북이다. 게다가 이 책으로 열심히 작법한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스토리텔러를 위한 작법서다.

단, 영어로 쓰는 작법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글쓰기와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핵심만을 뽑았기에 군더더기 없이 바로 실전에 응용하며 글쓰기 연습을 하기에 좋은 작법서다.

 

들리는 글을 써라.

시대에 맞는 문법을 공부해라.

문장 길이를 조절하여 리듬과 속도를 다양하게 바꾸어라.

형용사와 부사 없이 간결하게 쓰기.

정보를 보이지 않게 설명하는 법을 연습할 것.

초고는 꽉 메워 쓰고, 퇴고는 대담하게 건너뛰어라.

 

위 글은 내가 참고하기 위해 요약한 것으로 책을 읽은 사람들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혼자 독학하기보다는 글쓰기 모임에서 교제로 사용하면 좋을 거 같다.

연습문제를 써서 서로의 글을 읽으며 문장을 다듬어 보면 더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거 같다.

책 마지막에 있는 합평회에 관한 부록 글도 있으니 뜻이 맞는 사람들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해 보는 것도 좋은 거 같다.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부분이 있는데, 이 작법서가 영어로 쓰기에 관한 것이라 우리말로 쓰기에 대한 예시문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챕터에서부터 리듬감 있는 글의 예문이 번역본이라서 영어로 읽었을 때의 그 리듬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이 책을 바탕으로 우리글에 맞는 예문들이 담겨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항해하는 글쓰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첫 번째 "들리는 글을 써라" 이다.

잘 읽히는 글은 소리가 탁월하기 때문이라는 르 귄의 말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요즘에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건 곧 이야기가 흡입력이 있고 묘사가 탁월하다는 걸 뜻한다.

하지만 르 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이미지가 아닌 소리를 지닌 작품이었다.

영상미가 있는 글은 급 피곤함을 주지만 영롱한 소리를 가진 글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문법과 도덕성은 연관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도덕적 의무란 언어를 사려 깊게 잘 사용하는 것이다.

 

 

 

규칙을 깨기 위해서는 규칙을 알아야 하듯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법을 알아야 한다.

기본이 없는 글은 진정한 글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문법도 모르면서 글을 쓴다고 말할 수 없다는 르 귄의 말이 가슴에 탕탕 총알처럼 박혀왔다.

 

나는 '글쓰기의 항해술'이라는 내 표현이 마음에 드는데, 사실 스토리란 마법의 배다. 자기가 갈 경로를 알고 있다. 키를 잡은 사람이 할 일은 배가 자기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뿐이다.

 

 

나는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뭔가 글감이 떠오르면 무턱대고 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쓰다 보면 원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그렇게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다.

플롯 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것에 몰입하다 보면 내 아이디어가 보잘것없어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르 귄의 이 한 마디가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내가 나에게 맞지 않는 짓을 하다가 그대로 멈춰 버린 이유를 이 말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무조건 쓰기만 했어야 했다. 삼천포로 빠졌어도 계속 쓰고 또 써서 결말을 내야 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읽어가며 수정하고, 구두점을 잘 찍고, 리듬과 속도를 맞추며 간결하게 다듬고, 과감하게 건너뛰기를 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뭐라도 한 편 완성을 했을 텐데...

 

새해 들어 글쓰기 책을 두 권 읽었다.

<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는 내 안에서 꺼져가던 불씨를 어렵사리 살려냈고

<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는 포기했던 것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줬다.

 

뭐든

그냥 닿는 법은 없다.

이 두 권의 책이 내게 같이 도달한 이유가 있을 거 같다.

 

수많은 플랫폼이 열려 있고

이제 뗏목을 띄우는 법을 알았으니

그저 나아가는 길 밖에...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되겠지.

 

작법서, 글쓰기 책 백날 읽어봐야 소용없다.

써봐야 한다.

 

뭐라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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