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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마귀 살인사건
다니엘 콜 지음, 서은경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12월
평점 :
"세 번째 희생자야. 늘 같은 수법이지. 실크 스카프로 목이 졸려 죽고 얼굴엔 할퀸 자국이 다섯 개 있어. 혹시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희생자는 목이 잘렸는데 나머지 몸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어."
다니엘 콜의 대표작 <봉제인형 살인사건>은 데뷔작이자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스타일리쉬한 반면에 뭔가 조급하고 때론 엉성해서 마무리가 영 뒷심이 없어서 아쉬웠었다.
그동안 세 권의 봉제인형 시리즈가 끝나고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왔다.
이번 새 시리즈는 연쇄살인범을 아빠로 둔 스칼릿과 탐정이라고 말하는 아주 끝내주게 생긴 헨리가 콤비를 이루어 갈까마귀로 불리는 연쇄살인범을 쫓는다.
스칼릿은 연쇄살인범인 아버지를 죽인 형사 프랭크의 보살핌을 받으며 위탁가정을 전전하면서 성장하여 경찰이 된 여주인공이다.
헨리는 스스로 탐정이자 보안 전문가라고 하지만 빼어난 용모와 굵직한 의뢰인들을 가지고 있으며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마주치자마자 불꽃이 튄 이 두 사람.
경찰과 탐정.
이 두 사람은 과연 이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을 잡을 수 있을까?
"가장 멋지게 속이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하죠?"
스칼릿은 갈까마귀를 잡으려 하고
헨리는 갈까마귀를 죽이려 한다.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사람의 공조는 잘 이루어질까?
흥미진진하고
퍼포먼스 강한 플롯이 인상적이지만
다니엘 콜은 그 이상의 디테일을 아직 넘어서지 못한 거 같다.
이야기의 구성이 어지럽고
주인공 스칼릿의 어리석음을 온통 다 드러내서 읽는 내가 다 소리치고 싶었다.
"야~ 스칼릿! 너 그거 밖에 안 돼???"
고집은 센데 앞뒤 생각 없고
거짓말도 잘 못하면서 솔직하지 못하는 스칼릿.
너 주인공 맞지?
여주인공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나?
형사로서의 '촉' 이 너무 없어 보여서 실망스러웠지만
초창기 <봉제인형 살인사건>에서도 울프 형사 역시 어딘지 어수선했던 걸 감안하면
이 시리즈도 계속되다 보면 자리가 잡히려나?
어쨌든
그렇게 무시무시한 살인범은 헨리에 의해 윤곽이 잡히고
스칼릿은 헨리의 도움으로 진전 없던 사건의 실마리를 잡아간다.
하지만 늘 뒷배가 되어 주던 프랭크는 스칼릿의 행동에 의심을 품고 따로 조사를 하게 되고
그런 프랭크를 주시하는 또 다른 형사는 다른 사건에서 헨리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다니엘 콜이 만들어 낸 세상
참 무섭다.
그렇게 든든한 뒷배들이 저지르는 일들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보통의 경찰들이 과연 해결하고 잡을 수 있을까?
숙성된 맛은 없지만
자극적인 소재로 사람들 혼을 쏙~ 빼놓은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소란스러운 이야기는
지금 현재의 세상사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한다.
사건은 잔혹하게 펼쳐지고
인물들은 우왕좌왕하며 아직 본모습을 덜 갖췄지만
그 안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지금 현재의 모습들이 투영되어
세상이 어떤 자들의 손에서 굴러가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혐오는 세상에 잘 먹혀들고, 사람들이 분노하거나 누군가에게 선동되면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이런 현실이 모든 소셜 네트워크 회사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설립되는 기반이기도 하다. 어쨌든 세상을 향해 자길 좀 봐 달라며 필사적으로 애원하는 게시물 밑에는 '싫어요' 버튼이 기대감에 잔뜩 부푼 채 대기하고 있다. 그 버튼의 유일한 목적은 사람들의 말싸움을 부추기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