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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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은 짧고도 소중한 시간이다. 왜냐하면 몇 주 후, 또는 몇 달 후에 안개가 걷히고 나면 우리는 최고의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피츠제럴드.

그가 발굴하고 번역한 글들을 모은 책 <어느 작가의 오후>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꽤 쓸쓸해졌다...

 

소설에서도 에세이에서도 씁쓸한 고뇌가 느껴졌다.

그가 지금 자신의 글들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파장을 주었는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책 제목인 <어느 작가의 오후>의 시간이 피츠제럴드의 한때였다고 생각하니 뭉클하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 원고를 두고 오랜만에 집을 나선 작가의 모습.

집으로 돌아와서 잘 다녀왔냐는 하녀의 말에 그날 하루를 설명하는 거짓말.

그 모습이 너무 슬프다..

 





자신의 삶이 점점 더 세상에서 멀어지고, 이미 충분히 캐 먹은 과거에서 뭔가를 새롭게 캐낼 필요성이 증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이다. 그의 삶은 새로운 식림(植林)을 필요로 했고, 그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삶의 토양이 그 숲의 성장을 다시 한번 지탱할 수 있기를 그는 바랐다. 그의 토양은 최고의 토양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왜냐하면 그는 귀 기우이고 관찰하는 대신 과시하는 약점을 일찍부터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에세이가 좋았다.

그의 어조는 담담하면서도 관조적이다.

 

<나의 잃어버린 도시>에서는 뉴욕이 피츠제럴드에게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다른 사람들이 열광했던 뉴욕은 피츠제럴드에게는 그리 열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쩜 뉴욕은 그의 기를 다 흡수해버린 도시 같았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을 때의 자신을 그려본다.

 

망가져가는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글들이 마치 노년의 작가가 자신의 젊음을 되돌아보는 느낌이다.

피츠제럴드가 44세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이 작품집을 읽으면서 노작가의 회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암울한 시대에 암울한 인생을 맞았던 피츠제럴드의 글은 잔잔하고 은은하게 스민다.

이야기와 글 곳곳에서 성공이라는 걸 하고 있던 시절에 왜 좀 더 자신을 절재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느껴졌다.

 

피츠제럴드의 짧은 생은 미완으로 남았다...

 

나는 지금까지 피츠 제럴드를 <위대한 개츠비>로 기억했었다.

이제부터 피츠제럴드는 <어느 작가의 오후>로 기억될 거 같다.

 

<위대한 개츠비>로 기억되었던 피츠제럴드가 화려하고 성공한 작가였다면

<어느 작가의 오후>로 기억되는 피츠제럴드는 그저 서럽기만 하다...

 

 

사색하기 좋은 글들이었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지만 그가 그려낸 1930년대의 미국의 분위기는 무너져가는 그의 삶과도 같아서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던 그의 모습이 지금 우리와 겹쳐 보인다.

우리의 앞날도 그때와 비슷할 거 같아서..

피츠제럴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쳐나가려 했던 삶.

나도 그럴 때마다 그의 글을 읽으며 버텨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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