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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거짓말의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3년 11월
평점 : 
인생은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 짧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너무 길다.
이 어린 학생들의 이야기가 이 버석한 마음에 어떤 일렁임을 줄지 미심쩍었다.
웬만해선 눈물도 말라가는 지경에 빠진 내 감정은 주로 '화'가 가득하고
그래서인지 스릴 있는 이야기만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줬다.
그래서 자꾸만 범죄소설만 파고드는 습관이 들었던 거 같다.
예전의 나는 '사랑' 가득한 이야기를 즐겼는데 어느 틈에 그런 건 애들(?)이나 하는 거라고 뒤로 밀어 놨었다.
일본 소설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작위적이고 어딘지 슴슴하면서도 너무 아름답게만 포장하려는 사랑 이야기는 내 취향이 아니라고만 생각했다.
시한부 인생.
첫사랑의 순수.
우정.
이 세 가지 키워드로만 봐도 내 취향은 절대 아니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읽으며 이렇게도 울컥하고, 진짜 하염없이 울게 될 줄 나도 몰랐다.
마코토는 그런 사람이었다. 삶의 마지막까지 타인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마코토라는 사람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그런 것이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임과 동시에
성숙하고 맑은 이야기였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의연했던 마코토.
그런 마코토의 비밀을 지켜주려 애쓰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력들이 돌덩이처럼 무뎌진 가슴 언저리를 깃털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살짝살짝 마주하게 되는 타인에 대한 배려들이 자꾸 눈물샘을 스치게 한다.
영화 동아리에서 영화를 만드는 아이들이라 그랬던 걸까.
어쩜 그런 장치들이 이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죽음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지켜냈던 마코토의 어른스러움에 숙연하면서도 못내 안타깝고
친구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애쓴 우정이 아름답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욕심을 버릴 줄 알았던 마음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그렇게 눈물이 났던 거 같다.
그 나이에서만 생각해낼 수 있었던 그들만의 해피 엔딩.
그 온전하게 순수한 사랑의 마음이 나를 때묻은 어른에서 순수했던 시절로 데리고 갔다.
슬픈 얘기지만 슬프지 않다.
누군가의 다정한 온기가 오랜 시간 동안 별빛이 되어 찬란하게 빛을 내는 이야기니까.
아직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
로맨스가 필요한 사람들
순수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내가 이 주인공들에게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내 마음엔 따뜻한 온기가 몇 스푼 더 담겼다.
얼마간은 이 따뜻한 몇 스푼의 온기로 마음이 훈훈해질 거야.
어리지만 멋진 주인공들로 기억될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