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식물 - 아피스토 식물 에세이
아피스토(신주현) 지음 / 미디어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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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식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한편에서는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려동물에 이어 반려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식물을 곁에 두고 넘치는 생명력과 함께 은은한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임과 동시에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무릇 무언가에 심취한다는 건 언제나 자연 그대로가 아닌 인위적인 멋이 첨가되기 마련이니까...

 

우리 엄마는 누군가 죽어서 버린 화분을 가져와 살려 놓는 신공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식물>을 읽다 보니 작가의 사무실 공간으로 무한 확장하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대목에서 예전 우리 집이 떠올랐다.

이름은 모르지만 그 당시 집집마다 하나는 있을 정도로 흔한 화분이 하나 있었다.

우리 집 한구석에서 조용히 자라더니 엄마가 끈으로 이어 놓은 길을 따라 거실 천장을 향해 자라더니 결국에는 천장을 가로질러 맞은편 벽까지 타고 내려가는 신공을 보여주었다.

사방으로 뻗치는 그 식물의 줄기가 징그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면서 대단한 생명력에 주눅 들기도 했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오고 나서 나는 틈바구니에서 자라는 민들레와 이름 모를 풀들을 자주 보게 되었다.

사소한 틈만 있으면 그곳에서 푸르게 푸르게 자라나는 식물들의 대단한 생명력을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도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사시사철 꽃을 피우는 제라늄과 내 키를 훌쩍 넘겨버린 율마

가을에 피는 쨍한 빛의 국화와 자스민과 다육이들.

 

 

내가 키운 게 아니다.

랑님이 키우고 계신다.

물 한 번 주라고 해도 남자는 그런 거 하는 거 아니라고 사양하던 남자가 어느 날 식물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얘들아~ 잘 잤니?"

 

도대체 저 남자 심리는 뭘까? 를 궁금해했는데 <처음 식물>을 읽다 보니 이해가 된다.

분갈이를 해주고, 보약(?)을 사다 주며, 매일 예쁘다고 칭찬 해주고, 아침마다 굿모닝 인사를 건넨다.

나도 하지 않는 일을 서슴없이 하는 걸 보니 꽃들이 그에게 내가 주지 못한 위로를 주었나 보다...

 

<처음 식물>엔 다양한 식물 기르기에 대한 에피소드가 담겼다.

실패와 성공이 난무하는 식물 기르기.

QR코드를 찍고 들어가면 매 에피소드에서 설명한 식물들의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네, 식물과의 밀당이 관심의 시작입니다. 건승을 빕니다."

 

 

식물은 무조건 물을 잘 줘야 한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물을 굶겨야(?) 할 때도 있는 법이죠.

투광기로도 광합성을 할 수 있고요.

대나무는 꽃으로 번식을 하지 않기에 꽃이 피면 죽는다고 합니다.

대나무가 죽으면 대나무숲이 한꺼번에 고사합니다. 왜냐하면 대나무는 뿌리 번식을 해서 뿌리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거든요.

 

<처음 식물>을 읽으며 식물에 대한 애정이 더 늘어났다.

나도 엄마처럼 멋지게 죽은 식물도 살려내는 신공을 부려 보고 싶지만 그것은 욕심일 뿐.

베란다에 있는 녀석들 죽이지 않고 잘 데리고 사는 게 가장 큰 신공이 될 거 같다. 나에겐.

 

식물집사들이 알아야 할 깨알 팁들도 담겨 있고, 유튜브 동영상으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처음 식물>

이 책의 좋은 점은 작가님 자신이 식물을 너무 좋아하는 분이고 잘 키우는데 일가견이 있는 분이라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글도 재미나게 쓰셔서 읽는 동안 마은 속으로 식물 하나를 키워낸 기분입니다.

 

 




식물을 키우는 분들에게도

식물을 키우지 않는 분들에게도

읽는 내내 싱그러운 내음을 맡게 해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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