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1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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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늘 평온을 갈망했어. 그래서 한동안 수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그러다가 나에게 필요한 건 주님이 아니라, 내 소박한 일상을 반복하면서, 나만의 소중한 습관들과 함께 조용히 지내는 삶이라는 걸 깨달았지. 남자! 맙소사! 내가 남자를 데리고 뭘 하겠어!"

 

 

 

4편의 단편이 담긴 <무도회>를 통해 이렌 네미롭스키를 처음 만났다.

죽음의 포로수용소 아우슈비츠로 끌려가기 전까지 글을 썼다.

이 짤막한 단편을 읽으며 그녀가 어떤 심정으로 글을 썼는지 느낄 수 있었다.

 

14살 어린 여자아이의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어른이자 엄마는 매번 수시로 아이에게 상처되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마냥 아이로만 생각한 엄마에게 사춘기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거나 어쩜 그런 눈치를 채기에는 자기 자신밖에는 알지 못했던 거 같다.

중2는 북한의 김정은도 무서워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는데 그만큼 그 시간대에 분출되는 호르몬은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다.

 

졸부가 된 부모.

과거는 잊고 싶은 엄마.

그 엄마가 처음으로 치르는 <무도회>

14살 딸은 엄마에게 받은 상처와 자신의 눈앞에서 버젓이 연애질을 하는 가정교사에 대한 분노로 저지르면 안 될 일을 저지른다.

이리 사악할수가!

 

<로즈 씨 이야기>에선 전쟁을 미리 대비하며 영리하게 재산을 도피시켰다고 믿었던 로즈 씨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젊은 날에 젊은 여성에게 '결혼하자'고 말하고는 바로 후회하고 줄행랑을 친 이후 혼자의 삶을 만끽하면서 재산을 모아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공허한 노년의 슬픔을 17살 청년을 만나 길동무를 하면서 피난길에 오른 로즈 씨.

젊은이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아끼지 않는 이 노신사는 자기 때문에 상처를 입은 젊은이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못하고 아는 사람이 자동차에 태워준다는 걸 거절한다.

뭔가 자기밖에는 모르는 거 같고, 자신이 영리하다고 생각하지만 틀에 박힌 노인네처럼 보였던 로즈 씨.

자신만을 위한 결정이 아닌 결정을 내렸을 때 따라오는 부수적인 행운은 로즈 씨의 것!

 

인생은 생각대로 되지 않고, 무엇 하나 자로 잰 듯이 정확할 수 없는 법.

이 짧은 이야기들은 신선하게 뒤통수를 친다.

 

 

"언니는 이 모든 걸 우리한테는 절대 얘기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날 밤> 네 명의 어른 여자들의 이야기를 어린아이는 이해할 수 있었을까?

언니가 한 말은 뭐였을까?

정말 이 말은 그 경지의 '맛'을 본 사람만이 온전히(?) 깨달을 수 있는 말이지.

그러기에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던 옛 어르신들의 말은 진리라네~

 

여태껏 불행했다고 생각했던 언니의 불행은 불행이 아니었던 걸까?

여태껏 나는 그 불행을 피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던 동생에겐 새로운 불행이 생기는 걸까?

가보지 않은 길은 언제나 부러움과, 시기와, 질투와 끈질긴 후회를 남길 뿐!

 

이렌 네미롭스키. 이 분 인생의 묘미를 아시는 분이네~

짤막한 글에서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짐.

스릴러의 반전 저리 가라 하는 인생의 반전을 맛볼 수 있는 단편들의 묘미.

이렌 네미롭스키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 보고 싶어짐.

 

긴 글이 싫은 분들,

짧게 읽고 긴 여운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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