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슈의 발소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부터 일본 에도시대 괴담집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 만난 사와무라 이치의 <젠슈의 발소리>는 도시 괴담과 학교 전설의 오싹함을 맛보게 해준다.

 

 

<거울>

 

결혼식에 갔다가 호텔 로비에서 커다란 고딕풍의 거울 앞에 선 다하라가 본 것은 진정 자신의 미래일까?

이 작품에서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들었던 미래의 남편 얼굴 보기 의식이 나와서 놀랐다.

그러니까 자정에 입에 칼을 물고 대야 속 물을 바라보면 미래의 남편이 보인다는 썰~은 일본 괴담에서 온 거였군.

그래서 그런지 첫 작품을 읽고부터 거울 보기가 왠지 께름직하다.

나도 모르게 거울 속에서 원치 않는 내 모습을 보게 될 거 같아서.

 

다하라가 잠시 맛본 자신의 미래를 '거울' 삼아서 지금부터라도 좋은 남편과 좋은 아버지로의 연습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우리 마을의 레이코 씨>

  

어린 시절 바바리맨이 떠올랐던 작품.

그러나 마음 아픈 작품.

 

어린 아들이 납치당했다 돌아왔다.

그러나 범인은 아들의 거시기를 가져갔다!!

아들이 돌아와서 다행이라는 사실과 함께 앞으로 아들이 살아갈 미래가 걱정이었던 빗나간 부정.

 

아버지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어떻게든 자식을 보듬고 잘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줘야지!

암튼 이건 내 생각이고.

어쩜 그 사회에서 견디기 힘든 고초를 겪을지 모를 아들을 위한 나름의 부정(?)이라고 실드를 쳐봐도 자꾸 화가 난다.

 

그나저나 다쿠미! 어디로 사라진 거니?

너, 설마, 그 옛날 범인에게 당한 거야? 그런 거야?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


아. 정말 이 글 읽으면서 분통 터지기 일보 직전으로 감.

병든 시어머니 간호에 가장으로의 짐까지 걸머진 기요코.

어린 시절 쌍둥이 형을 산에서 잃어버린 남편 겐타로.

어느 날 잃어버렸던 쌍둥이 형 데루가 30년 만에 찾아온다.

데루는 겐타로로 살겠다면 생활비도 벌어오고 엄마 병간호도 거든다.

기요코가 조금 안심하는 생활을 하려는 찰나 데루가 갑자기 사라진다.

 

얼마나 사는 게 힘들었으면... 하는 안타까움과

정말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데루는 어디로 사라졌다 돌아온 걸까?

어쩜 그 옛날 데루는 그냥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면? 생각할수록 자꾸 의심의 강도가 높아지는 이야기.

 


<빨간 학생복의 소녀>

 

사람의 무의식은 어떤 상상력을 가졌을까?

교통사고로 입원한 병실에 같이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 자꾸 사라진다.

가장 어린 입원환자에게 들은 <빨간 학생복의 소녀>이야기는 괴담이 아니었다.

그 소녀는 어릴 때 내가 알던 소녀였다.

그녀가 원귀가 되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다음 차례는 나다!

과연 귀신은 나를 알아볼까?


 

<젠슈의 발소리>


책의 제목이자 사와무라 이치의 인기 캐릭터인 히가 자매가 함께 등장하는 이야기다.

노자키와 마코토는 결혼식을 올린다. 그 결혼식에 참석한 마코토의 언니 고토코는 온몸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런 언니를 걱정하는 마코토를 고토코가 뿌리치다 신부 마코토는 부상을 입고 만다.

고토코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마코토 대신 일을 하기로 한다.

그러다 노자키와 고토코는 보이지 않는 괴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는데...

 

그림에 봉인되어 있던 젠슈가 그림에서 빠져나오는 이유는?

고토코는 마코토 대신 이 괴물을 처리할 수 있을까?

 

히가 자매의 스토리는 알지 못하지만 아무래도 두 사람이 좋은 사이는 아니었나 보다.

그러나 젠슈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버린 거 같다.

두 자매가 서로 의지하면서 세상의 괴물들을 퇴치해 주면 좋겠다.

노자키, 마코토, 고토코 세 사람의 캐미가 좋아 보인다.

 

괴담이란 것도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다.

하지만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없다.

모두 현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의 변형이다.

언제나 현실은 소설 보다 더 흉흉하니까.

 

일상의 공포를 맛보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소설이다.



 

* 아르테의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