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파수꾼
켄 브루언 지음, 최필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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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는 사설탐정이 없다. 아일랜드인들은 그런 직업을 이해하지 못한다. 개념 자체가 모두가 증오하는 '밀고자'와 부담스러울 만큼 흡사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인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밀고'에 민감하다.

 

 

가르다 출신 잭 테일러.

순찰을 돌다 무척 스피디하게 달리는 차를 세우고 ' 나 높은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분에게 쌍욕과 함께 주먹을 날리고 명예롭게(?) 쫓겨난다.

가르다에서 지급받은 코트를 돌려주지 않아서 계속 공지를 우편으로 받는 중이다.

그리고 알콜중독자이다.

 

<밤의 파수꾼>은 전자책으로 읽다가 문체가 맘에 들어서 새 책을 구입했으나 헌 책 보다 못한 새 책(?)이 와서 반품 시켜버리고

중고책방에서 비교적 깨끗한 책을 샀다.

역시 이런 문체는 전자책보다 종이책이지.

 

눈 뜨자마다 술을 찾는 테일러의 직업은 탐정.

알음알음으로 용돈벌이 수준이다.

그런 그에게 어떤 여자가 찾아온다.

딸 새라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달란다.

 

모든 엄마가 그렇듯 자식의 자살이 미덥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새라의 죽음엔 뭔가가 있다는 느낌이 온다.

그래서 사건을 맡는다.

 

책을 읽는 내내 술에 취한 기분이었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모두 술에 취하거나, 거리를 방황하거나, 범상치 않은 삶을 살거나, 정상적이지 않다.

정상적인 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일랜드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도움을 원하면 가즈(아일랜드 공화국 경찰의 또 다른 별칭)를 찾아가라. 도움을 원치 않아도 가즈를 찾아가라."

 

 

아일랜드라는 독특한 배경이 이 이야기를 마치 술처럼 흐르게 만든다.

진한 위스키 향과 함께 찐득찐득한 밤이 악몽처럼 스멀거리는 이야기 <밤의 파수꾼>

 

마치 연극 무대를 글로 옮겨 놓은 거 같다.

 

이야기는 짧게 흐르고

술은 길게 흐른다.

많은 죽음이 속절없이 흐르고

무한한 슬픔이 가슴 언저리에 머문다.

 

잭 테일러.

요물이다.

믿을 수 없는데 믿고 싶고

믿고 있으면서도 못 믿겠다.

 

이런 스릴러, 추리 소설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다.

이것이 바로 아일리쉬 하드보일드 누아르의 맛일까?

켄 브루언은 아일랜드의 해리 홀레를 만들어 냈다.

 

홀레가 짐빔을 친구로 삼아서 밀당 중이라면

잭 테일러는 모든 술과 밀당 중이다.

홀레가 악을 잡다 악에 물든다면

잭은 어쩌다 손에 피를 묻힌다.

 

이 이야기에서 악을 찾는 건 괜한 고생이다.

읽다 보면 그저 다 이해되니까...

 

잭은 런던으로 떠날 거다.

왜?

그다음 편 제목이 <런던 대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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