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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귀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5월
평점 :
특이한 괴담 자리는 괴이한 것들을 불러들이는 한편으로 재미있는 사람과의 인연도 이어준다.
오치카가 미시마야 괴담 자리에서 들어주는 역할을 맡은지 2년이 지나간다.
그동안 오치카의 괴로운 마음은 괴담 자리에서 듣는 이야기들로 조금씩 조금씩 회복되어가고 있다.
숙부의 집에서 외출도 삼가고 하녀의 일을 하며 괴담 자리에서 듣는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오치카의 일상이지만 그 괴담 자리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뿐 아니라 새로운 인연들도 알게 된다.
<삼귀>에 나오는 이야기는 전작들 보다 훨씬 원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야흐로 미시마야 시리즈의 이야기가 점점 농도 짙게 후숙되어 가는 느낌이다.
<미망의 여관>에서는 죽은 자들을 불러들이는 오싹함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들과 공존하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그려졌다.
<식객 히다루가미>의 아귀 히다루가미는 자칫 귀엽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가버린 게 아쉽기까지 하다.
<삼귀> 제목으로 쓰인 삼귀는 한 여름에 읽었음에도 겨울 풍경이 섬세하게 표현되어서 등골에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읽었다.
<오쿠라님> 은혜는 갚지만 멸시받은 것 또한 갚아준다는 오쿠라님의 결의(?)가 돋보였다.
무섭고 꺼림칙하고 슬픈 이야기여도 그것은 사람의 말로 전해진다. 거기에는 이야기하는 사람과,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생명의 온기가 담겨 있다.
이번 <삼귀> 편은 단편임에도 중편 느낌이 나는 이야기들이었다.
이야기하는 사람과 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온기가 담긴 이야기들은 때론 마음을 아리게 하고, 때론 두려움을 주지만 사람의 온기가 담긴 이야기는 듣는 이에게 세상의 이치와 사람의 인연과 알 수 없는 마음의 깊이를 헤아리게 만든다.
이 편에서 오치카에겐 이별과 함께 인연이 찾아온다.
이별한 인연 아오노 리이치로는 오치카가 괴담 자리를 통해 알게 된 무사다.
살짝~ 마음을 준 사람이지만 서로 마음만 있었을 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처 때문에 흐지부지 이별하는 인연이 되었다.
새롭게 찾아온 인연 간이치는 세책가게의 도련님이다.
평온한 얼굴에 강단도 있고, 맛집을 꿰고 있는 식도락가이면서도 진중하고 재치가 있다.
오카쓰가 오치카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으니 앞으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삼귀>편에서 다른 가게에 일을 배우러 나가있던 도미지로가 사고로 부상을 당한 바람에 집으로 돌아온다.
요양 중인 그는 괴담 자리에 관심을 보이며 오카쓰와 함께 옆방에서 이야기를 듣기를 자처한다.
오치카와 도미지로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거 같다.
매번 읽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어떻게 이런 이야기들을 이렇게 엮어 낼 수 있는지 신기할 뿐이다.
단지 재미로 읽는 괴담집이 아니다.
읽다 보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아요. 슬프고 분하고 화도 나겠죠. 볕은 적고 후회의 구름만 두꺼우며 종종 재난의 차가운 비가 내리니까요. 하지만 뒤만 보고 있으면 뒷걸음질 치며 살게 되어 더욱 위험합니다.
<오쿠라님> 일화에서 오치카는 세상 밖으로 나아가라는 진지한 충고를 받아들일까?
간이치가 하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오치카가 과거를 떨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될 날도 멀지 않은 거 같아서 행복한 마음이 들었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