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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현화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8월
평점 :
아! 정말~ 시어머니 시선에서 벗어날 수가 없네!
도키야 깃페이라는 도자기점을 운영하는 사다히코와 아키미에겐 고헤이라는 외동아들이 있다.
이 아들에겐 소요코라는 아내와 나유타라는 아들이 있다.
어느 날 소요코가 나유타를 데리고 친정에 가 있는 틈에 고헤이가 집 앞에서 괴한의 칼에 맞아 죽는다.
졸지에 외아들이자 깃페이의 후계자를 잃은 사다히코와 아키미.
범인 구마모토가 며느리 소요코의 옛 남친이라는 사실은 그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지루한 법정 싸움에서 형이 집행되었을 때 구마모토가 폭탄 발언을 한다.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난 딱히 원한 같은 그런 이유로 일을 저지른 게 아닙니다. 소요코를 만났을 때 저 여자한테서 부탁을 받았습니다. 남편의 가정폭력이 심해서 매일 지옥 같다고요. 이혼하고 싶다고 하면 욱할 게 뻔하다고요. 어떻게 해주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자유로워지면 나와의 관계를 되돌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평소에도 며느리가 마뜩잖았던 아키미의 마음에 구마모토의 말이 '의심의 씨앗'이 되어 심어졌다.
의심은 의심을 불러오고, 항상 표정에 감정을 비추지 않는 소요코의 일거수일투족이 의심스럽다.
아키미만 소요코를 의심하는 게 아니다. 아키미의 언니 하루코도 소요코에 대한 의심을 털어놓는다.
"고헤이가 시신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가 너희 집에 들렀잖아. ....
그런데 그 애, 우리랑 이야기하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손수건으로 눈가를 누르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 거야."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고부갈등은 좀체 좁혀지지 않는다.
시종일관 아키미의 시선으로 말해지는 상황들은 계속 소요코를 의심하게 만든다.
시아버지 사다히코만이 소요코를 받아들이고 아들 고헤이 대신 가게의 후계자로 생각하는 중이다.
아키미는 그것도 싫다.
구라모토의 말은 독이 되어 손자 나유타에 대한 의심으로 번지고 급기야 아키미는 사다히코를 부추겨 DNA검사를 한다.
그러나 나유타는 영락없는 아들 고헤이의 아들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재개발 사업 추진이 한창인 시기에 벌어진 고헤이의 사건.
재개발 반대쪽에 서 있던 사다히코의 가게를 노리는 의심스러운 정황들.
그 상황에 묘하게 연결되는 소요코의 모습들이 이야기를 계속 읽게 하는 힘이다.
가족이지만 피가 섞이지 않았고, 손자의 엄마이지만 아들을 죽인 범인 같은 소요코에 대한 의심 가득한 아키미의 시선이 이야기 막바지까지도 계속 독자에게 투영된다.
그래서 이야기가 끝난 이후에도 소요코에 대한 의심이 거둬들여지지 않는다.
이렇게 묘한 이야기라니!
게다가 소요코 때문에 나유타까지 의심스러워 보인다.
이 아이는 근본이 나쁜 아이인가?라는 의심을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심어주어 계속 찜찜하게 만든다.
과연 이 이야기에서 진정한 악인은 누구일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나는 누구의 마음이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과 의심하는 마음은 결국 스스로를 괴롭힐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다히코처럼 며느리를 믿었다면 아키미는 평온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소요코가 진정한 범인이라고 해도.
소요코를 의심했기에 아키미의 평온했던 삶은 지옥으로 변했다.
소요코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그 마음은 결코 평온해지지 않았으리라..
가족 간에도 이런데 남이라면 말해 무엇하리~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면 모든 게 의심스럽다.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지 못한 사실이 문제였다.
소요코 역시 자신의 마음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그냥 참고 넘어간 일들이 결국 누군가의 불행을 보고만 있었던 격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가족 간에 묘하게 긴장감을 이끌어 내는 작가의 스킬에 감탄했다.
사람에 대한 선입견과 의심이 어떻게 삶을 망가지게 하는지를 잘 보여준 심리 스릴러였다.
이 책을 읽은 분들도 나처럼 계속 의심스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