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스완
우치다 에이지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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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문체가 쌓여서 결국 백조처럼 날아오르는 이야기.

 

 

"나처럼 되면 안 돼!"

나기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이치카의 고독이 제 것처럼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처음에 불쾌했던 이치카의 눈. 그것은 예전의 내 눈이 아니었던가.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도 기대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고독한 아이의 눈.

 

 

여자가 되어 고향 히로시마를 떠나 성전환 수술을 받을 돈을 모으고 있던 나기사는 어느 날 졸지에 조카 이치카를 맡게 된다.

뉴하프의 삶을 살면서 진정한 여자가 되기를 소망했던 나기사에게 이치카는 짐이었지만 그녀를 돌보는 대신 고향에서 보내주는 돈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아기 때 보고 못 본 조카 이치카는 사촌 누이의 딸이다.

키가 크고 예쁜 얼굴을 가졌지만 표정도 말도 없는 아이다.

두 사람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됐다.

 

진정한 여자가 되기 위해서 꼭 모성애가 필요했을까?

 

발레에 재능이 있는 이치카는 전학 첫날부터 학교에서 폭력적인 아이로 자리 잡았지만 그녀 자신이 학대 피해자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견디기 힘들 때마다 팔뚝을 물어뜯는 자해를 하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치카는 말이 없는 아이로 살고 있었다.

 

그런 이치카가 짐스럽고 답답하지만 나기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만 맡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 방어막이 되어 주었으니까.

그러나 이치카의 춤을 보고 이치카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다.

비싼 발레 레슨비를 감당하고, 이치카에 대한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가면서 나기사는 모성애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게 전부가 되었어야 했을까?

자기 자신을 놓아 버릴 정도로?

 

일본에서 수많은 상을 받은 영화의 원작 소설 <미드나잇 스완>

꽉 막힌 일본의 현실 앞에서 나도 고구마 백 개는 먹은 느낌이다.

닫힌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소수"의 사람들의 모습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미즈키의 변신이 훨씬 주인공답게 느껴졌다.

 

이치카가 고생 끝에 백조처럼 날아오르려 할 때 그녀의 발목을 잡은 건 그녀를 방치했던 엄마였다.

스스로 달라졌다고 말하며 이치카를 찾아온 엄마 사오리는 나기사의 자리를 뺏어 버렸다.

아니, 나기사에게 영원히 뺏겨버릴지 모를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사오리는 이치카와 나기사 사이의 연락을 끊어버렸다.

 

왜 모든 인물들이 그렇게 극단적이어야만 했을까?

 

자식을 자신의 물건처럼 취급하는 부모.

자신의 꿈을 대신 이루게 하려는 부모.

그 어느 부모도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한 게 아니었다.

아이는 물건이 아니고, 대리만족이 아니니까...

 

꿈을 이루고 싶었던 백조들

누군가는 훨훨 날아올랐고.

누군가는 훨훨 날아오를 준비 중이고.

누군가는 훨훨 날아 사라졌다...

 

삶에 대해서

인생의 기회에 대해서

다른 정체성을 찾은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회가 되면 영화도 보고 싶다.

우리에게 초난강으로 알려진 구사나기 츠요시의 연기가 보고 싶다.

나기사라는 역을 그가 완벽하게 소화했을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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