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술사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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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에게만 내려오는 괴물을 물리치는 방법!

 

 

 

 

이헤에는 거기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영혼이 부서질 정도로 비극적인 일을 겪은 젊은 처녀에게 어지간한 위로나 격려는 별 소용이 없다.

그보다는 차라리 오치카가 이런 식으로 항간의 신기한 이야기, 업보 이야기, 온갖 인생담을 듣고 그런 이야기들에서 실을 자아내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꿰매어 수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이헤에 숙부의 이런 배려로 오치카는 미시마야 흑백의 방에서 괴담을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오직 들어주는 청자 입장인 오치카.

그러나 그 시간은 오치카 역시 성장하는 시간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과 슬픔을 듣는 시간이 곧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치유하는 시간이라는 걸 오치카는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깨닫게 된다.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편에서는 진짜 괴담 모임에 오치카가 초대를 받는다.

늘 혼자 단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왔던 오치카에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돌아가며 괴담을 발표하는 자리는 생소하지만 흥분된다.

그 자리를 이끌어 가는 주인의 모습에서 배울 점을 찾고 다양한 이야기와 사람들의 반응에서도 오치카는 남다른 시선으로 이야기를 경청한다.

이미 에도에서 오치카는 유명 인사가 되었다.

 

한 번 터진 둑은 다음에는 더 쉽게 터진다. 악행을 저지르고도 발뺌하는 데 성공하면 두 번째 악행은 더욱 쉬워진다.

 

 

사람의 악행을 꿰뚫어 보는 아기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거나, 저지른 사람 앞에서 자지러지게 운다.

평소에는 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은 착한 아기가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어서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는데 그 아이의 울음의 의미를 알게 된 사람은 아이를 맡아서 키우게 된다. 그러나 그 아기로 인해 자신의 소중한 딸이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르게 될 걸 알았을까?

 

아비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비극은 어쩜 예견된 것이었을까?

 

괴이한 일을 이야기하거나 들으면 일상생활에서는 움직일 일이 없는 마음속 깊은 곳이 소리도 없이 움직인다. 무엇인가가 웅성거린다. 그 때문에 무거운 생각에 짓눌릴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문득 정화된 듯한, 혹은 각성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절기마다 얼굴이 바뀌는 사람이 있다.

젊은 나이에 방탕한 생활을 해서 가족으로부터 절연을 당했던 사람이 돌아왔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지만 그를 안쓰러워 하던 동생이 그를 거둔다.

예전 같지 않은 착실함을 지녔으나 절기마다 하루는 자신을 찾지 말라는 형.

그러나 조카딸이 어느 날 그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중간 상인.

<흑백>에 등장했던 이 상인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서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연결시켜주는 일을 한다.

이번 편에도 등장한 이 이름 모를 상인은 한 남자에게 다짜고짜 다가와 약속이라는 걸 하게 만든다.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반강제적으로 얼렁뚱땅 후려쳐서 한 계약.

절기마다 죽은 사람의 얼굴로 바뀌는 남자는 남겨진 가족들에게 그 얼굴을 보여주러 찾아다닌다.

그러다 어느 절기에 바뀐 얼굴로 죽은 자의 동네를 찾았다가 죽도로 얻어맞게 된다.

이 계약은 어떻게 끝이 날까?

 

"그러므로 마구루를 죽이기는 불가능합니다. 원한은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죽여도 죽여도 남습니다."

 

사람을 잡아먹는 괴수 마구루.

그 괴수를 막을 수 있는 무기를 다루는 자는 대대로 여자에게만 전수된다.

이편의 제목이기도 한 <피리술사>

이 괴수를 손 피리로 홀려 스스로를 잡아먹게 한다는 설정이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하다.

그러나 남자들의 세계에서 이런 괴물을 퇴치하는 법을 여자가 전수받는다.

그로 인해 그 마을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귀하게 대접받는다는 설정이 신선하다.

 

사람은 무엇인가를 두려워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지금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뭘까?

우리의 삶은 두려움을 망토처럼 두르고 나아가는 삶이 아닐까?

그렇다면 미미 여사가 괴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그 안에서 스스로의 길을 찾아내는 오치카처럼 우리를 단련시키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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