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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8월
평점 :
듣고 버리고, 이야기하고 버리고.
괴담을 모으는 건 괴이한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것.
미야베 미유키의 괴담집을 읽으며 에도시대의 일본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열 살 정도 되는 아이들도 일꾼으로 여기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
오치카처럼 결혼 전 친척 집에 맡겨져 에도의 물을 입힌다든지
사촌들 간의 결혼도 그렇고, 가업을 잇기 위해 양자를 들이는 방식도 새삼스럽지 않다.
미시마야 주머니 가게의 흑백의 방에서는 괴담을 모집한다.
<안주>의 이야기는 괴이한 듯 슬픈 이야기가 담겼다.
쌍둥이를 용납하지 않는 시어머니의 저주 때문에 함께 자라지 못한 쌍둥이.
큰집과 작은 집으로 분리되어 살게 된 아이들
그러다 한 아이가 죽는다. 나머지 한 아이를 정성을 다해 키우기로 다짐하지만 낳은 어머니와 기른 어머니의 질투는 시어머니의 저주를 타고 아이를 괴롭힌다.
결국 천연두신의 은혜(?)를 입은 오카쓰의 가호 아래 오우메는 늦은 결혼을 한다.
이 아이가 가는 곳마다 물이 달아난다.
마을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신.
약속을 지키는 아이에게 봉인 해제된 신은 가는 곳마다 물이 마르게 한다.
과연 미시마야에서도 물이 마를까?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에게 사람은, 그것을 없애는 존재다.
수국저택의 구로스케.
사람을 그리워한 집의 염원이 만들어낸 구로스케.
서로에게 상극임을 알면서도 우정을 쌓아가는 노부부와 구로스케의 사연이 감동적이다.
"가슴속 답답함은 다른 사람한테 털어 놔야 풀리는 법이에요"
요즘같이 '경청'이 사라지는 시대에 미야베 미유키의 괴담집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저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이 감추고 살았던 이야기를 함으로써 거기에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을 얻는 모습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게다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자신의 상처를 되돌아보며 성장해가는 오치카를 보면서 내 닫힌 마음도 성장하는 느낌이다.
오치카는 아마도 에도시대의 정신과의사이거나 상담사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 거 같다.
묘한 이야기들 사이에 숨어 있는 건 사람의 마음이다.
외로운 마음
고통스러운 마음
질투와 시기
사랑받고 싶은 마음
자신의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
좀 더 큰 성공을 바라는 마음
그러나 그런 것들을 위해서는 정말 지켜야 할 것들을 잘 지켜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그 사회가 지향하는 바를 함께 나아가야 한다.
자기 욕심을 앞세우면 안 된다는 뜻이다.
100개의 이야기가 모아지면 이 시리즈도 끝날 것이다.
그 100개의 이야기에 담긴 인간사를 독특한 이야기와 함께 짚어 보는 것도 이 괴담집을 읽는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