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쿠쿠 랜드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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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공간을 넘어서 거창하지만 솜털 같은 가벼운 그곳으로..

 

 

 

700년의 시간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았지만 <클라우드 쿠쿠 랜드>라는 필사본으로 묶인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는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한 애정을 갖게 만든다.

 

 

그 무덤은 팔 십 년은 남자로, 일 년은 당나귀로, 일 년은 농어로, 일 년은 까마귀로 산 아이콘이라는 자의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야기 속 아이톤은 자신에게 닥친 형벌 같은 상황 속에서도 끝없이 기도하며 자신을 바꿔가길 포기하지 않는다.

사람에서 당나귀로, 당나귀에서 농어로, 농어에서 까마귀로.

몸이 바뀔 때마다 상상할 수 없는 재난 앞에서 좌절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신에게 기도한다.

우리가 우리 앞에 닥친 힘겨운 삶에서 신에게 기도하듯이.

 

 

"저 책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문, 또 다른 장소와 시간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란다. 네 앞에는 창창한 삶이 펼쳐져 있어. 그리고 앞으로 넌 오늘 본 것을 평생 누리게 될 거야.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니? 어떻게 생각하니?"

 

"어떤 이야기는." 안나가 말한다. "거짓이면서 동시에 진실일 수 있어."

 

 

 

1453년 콘스탄티노플의 안나는 필사본을 챙겨들고 도시를 탈출한다.

도시 함락을 코앞에 두고 안나는 자신이 가진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지켜내기 위해서이든,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이든, 가진 게 그것뿐이어서 든 그녀는 자신이 태어나서 짧은 삶 동안 고통이었던 도시를 떠난다.

 

 

미래 우주를 가르는 우주선 안에서 콘스턴트는 홀로 격리된 채 홀로그램 속 지구의 삶을 체험하다 <클라우드 쿠쿠 랜드>를 만난다.

같은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생사가 어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200일이 넘는 동안 격리된 소녀의 외로움과 절망스러움과 분노는 홀로그램으로 지구의 곳곳을 누비는 모험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공지능 시발도 알지 못하는 비밀의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

이 책은 콘스턴스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때로 이젠 사라지고 없어졌다고 생각한 것이, 다만 감춰져 있을 뿐 다시 발견되기를 기다리기도 하니까."

 

 

안나, 오메이르, 지노, 시모어, 콘스턴트로 이어지는 필연이 <클라우드 쿠쿠 랜드>를 통해 그들의 이상향을 향해 나아간다.

 

 

8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 안에 꽉꽉 담긴 다섯 명의 서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 같은데 모두 같은 걸 얘기한다.

그걸 깨닫게 되면 이 경이로운 이야기가 더 심오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글로 써서 한 편의 이야기로 모았을까?

 

 

<클라우드 쿠쿠 랜드>는 우리 모두가 나아가고 싶어 하는 방향이거나

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세계이다.

그곳으로 가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우리가 맞이할 세상이다.

 

 

그것은 이상향일 수도 있고

종국에 모든 생명이 마주하게 될 죽음일 수도 있고

새로운 지구일 수도 있다.

 

 

<클라우드 쿠쿠 랜드>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나의 세상이다.

아무도 그곳에 대한 내 마음과 내 의지를 알 수 없다.

나 자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간 닿을 곳이니까..

 

 

 

<클라우드 쿠쿠 랜드> 이곳은 곧 인간이 가진 불굴의 의지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불굴의 의지만이 전쟁과, 전염병과, 재난과 고난을 견뎌 낸 인간의 승리를 뜻하기에.

그렇게 견뎌낸 뒤에 잠시 맞게 될 평화와 행복과 기쁨과 즐거움을 위한 것이 모두의 바람일 테니...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

시간에 쫓겨서 조급해지면 그저 두꺼운 책으로만 남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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