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마취 상태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9
이디스 워튼 지음, 손정희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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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920년대를 우리는 지금 2020년대에 살고 있음이다...

 

"자, 플린, 걱정을 멈춰. 걱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완벽하게 잘 알고 있잖니. 그저 소화불량이나 운동 부족일 뿐이야. 모든 것이 정말로 괜찮다니까."

 

 

대전쟁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건국 이래 가장 풍요로운 세상을 살고 있다.

산업 발달과 과학 발달이 이전 시대보다 훨씬 삶의 질을 높여주었고, 이민자들이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이주해서 다져 놓은 그 시간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린 이후 태어난 아이들이 성장해서 삶의 풍부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시대였다.

그리고 그 물질적 풍요로움과는 반대로 찾아오는 정신적 공허함은 재즈를 타고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상류층 플린은 첫 남편과 이혼하고 재혼을 했다. 이 역시 플린이 평범한 여성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첫 남편과 사이에선 아들을 두 번째 남편 사이에선 딸을 낳았다.




플린의 빽빽한 스케줄은 거의 강박과 같다.

시간을 쪼개 쓰고, 늘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하는 플린.

플린은 자기 자신을 위해 스케줄을 짜지만 그것은 도리어 그녀의 평온을 비껴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그녀에게 견딜 수 없는 시간이니까.

 


"아, 전 시어머니들이 두렵지 않아요. 예전처럼 영원한 관계는 아니잖아요.?"


리타는 그 시대의 젊은 여성들을 부르는 플래퍼다.

말하자면 신여성.

파티를 즐기고, 즐거움을 쫓는 신여성.

 

 

플린이 지나가는 세대를 대표한다면 리타는 지금 현재의 세대를 대변하고, 플린의 딸 노나는 그다음 세대의 여성을 묘사한다.

하나의 시간에 세 가지 시대가 모여 있는 맨퍼드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지금 우리 모습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리타의 출산으로 만나게 되는 <반마취 상태>

출산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반마취 상태를 선택하는 임산부나,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쾌락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풍요로움이 주는 정신의 부재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맥퍼슨 씨는 아내보다 며느리에게서 더 많은 위안을 얻고 (영화 데미지는 반마취 상태에서 영감을 받은 게 아닐까?)

그 두 사람의 위태위태함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그의 딸이자 그녀의 시누이 노나다.

다음 세대를 책임질 노나만 이들 중에서 정신을 붙들고 있는 거 같다.

 

 

이디스 워튼은 자신이 상류층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현실을 보는 감각이 탁월한 거 같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생각'을 하고 있다.

각자 나름대로.

과거를 살고 현실을 살며 미래를 살 그들의 모습에서 지금의 우리 모습을 보게 된다.

 

 

전쟁의 고통을 겪어 본 세대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세대

가장 풍요로운 시절을 관통한 세대

이 불협화음은 지금 곳곳에서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서로의 주장을 하고 있다.

 

 

<반마취 상태>엔 재즈라도 있었는데 지금 우리에겐 <K-pop>이 있다고 생각해야 할까?

 

 

이 이야기 속 사람들은

1920년대 사람들은

모두가 <반마취 상태>에서 시절을 보낸 거 같다.

한 쪽 눈은 감고 나머지 한 쪽으로 모든 걸 볼 수 없었던 시절.

 

 

재즈가 흐르고

사람들은 춤을 추고, 밤을 새운다.

흐느적흐느적 공허함을 달래며...

그런 그들을 지켜보며 노나는 균형을 잡아간다.

그래서 희망적이다.

각자 방황할지언정 자기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으니...

 

 

 

어느 시대든

어느 나라든

사람들의 삶은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걸 <반마취 상태>를 통해 또다시 느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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