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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당, 추억을 요리합니다 ㅣ 고양이 식당
다카하시 유타 지음, 윤은혜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5월
평점 :
나도 우리 아빠를 만나고 싶다...
이 세상에서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는 감정의 끈을 끈끈하게 얼룩지게 만듭니다.
그런데 일본 작가들은 그런 마음을 담백하게 잘 담아내는 재주가 있는 거 같아요.
<고양이 식당>을 읽으면서도 그런 감정을 느꼈습니다.
슬픔을 드라이하게 날리는 작품.
인생은 어딘가에서 연결되어 있다.
총 네 편의 추억 요리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이어져 있습니다.
자기 대신 죽은 오빠의 죽음을 슬퍼하는 고토코
무심코 한 말을 들어버린 친구가 나중에 죽었다는 걸 알게 된 초등학생 다이지
오랜 세월을 함께한 아내가 죽고 자신이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요시오 노인
그리고 고양이 식당의 사장 아들이자 실질적인 운영자인 가이
이 네 사람의 사연으로 담담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죽음과 병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남기고 간 죽음은 모두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이자 고통입니다.
고양이 식당에서는 망자들에게 올리는 가게젠을 팝니다.
따뜻한 가게젠이 식탁에 올려지고 주문한 사람이 한 술 뜨게 되면 망자와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음식이 식기 전까지만 망자와 대화할 수 있죠.
고양이 식당이라는 이름답게 그 식당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습니다.
사람 말을 잘 알아듣는 영특한 고양이죠.
망자를 맞이하고 배웅하는 시간을 정확하게 아는 고양이라 영물처럼 느껴집니다.
<고양이 식당, 추억을 요리합니다>를 읽으며 저도 아빠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아빠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한 말들이 자꾸 생각났어요.
이 고양이 식당에서 내가 아빠를 만나게 된다면 아빠에게서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 질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던
병으로 앓아가는 죽음이던
사람들은 살아있을 때 충분한 이야기를 하지 못합니다.
다들 마음에 담아놓고 언젠간 기회가 있겠지 하며 쌓아두죠.
저도 그랬습니다...
고양이 식당은 그런 사람들에게 음식이 식기 전 아주 짧은 시간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그렇게 짧은 시간 망자와 산자는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무슨 얘기를 얼마나 할까. 싶지만 농축된 질문과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는 말들이 서로의 상처를 다독입니다.
왜 살아있을 때는 할 수 없었을까요?
모든 에피소드 중에 초등학생 다이지의 이야기가 젤 마음 아팠습니다.
첫사랑이자 영원한 사랑이 되어버린 후미카.
그녀에게 한 다이지의 마지막 말은 "못생겨서 말도 하기 싫다."라는 말이었죠.
후미카를 좋아하냐의 친구의 짓궂은 말에 발끈해서 한 말이었는데 그만 후미카가 들어버렸습니다.
그 이후로 후미카는 보이지 않았고 나중에야 그녀가 죽었다는 말을 듣게 된 다이지는 죄책감과 후회로 괴로워하죠.
만약 고양이 식당이 없었다면 다이지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살아있을 때, 곁에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을 또 한 번 마음에 새긴 이야기였습니다.
우리에겐 <고양이 식당>이 없으니까요...
꼭 전할 말이나 마음들을 쌓아두고 살지 말아요.
죽음은 갑자기 찾아오니까...